[취재수첩] 공무원 '연수'와 '외유' 사이

입력 2015-10-19 18:20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 강경민 기자 ] “공무원들의 해외 연수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건 아닙니다. 해외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뒤 정책에 반영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한 지방자치단체 고위 간부는 최근 공무원의 외유성 출장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볼멘소리를 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 공무원 20여명은 다음달 10일부터 7박9일간 독일과 스위스로 정책 연수를 다녀올 계획이다. 선진국의 지방정부 평가제도 사례 연구를 통해 국내 지방자치 평가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비용은 1인당 600여만원으로 해당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이들의 연수 스케줄을 들여다보면 당초 정해진 공식 연수일정은 9일 동안 하이델베르크시청과 프랑크푸르트시청 방문 등 네 개뿐이다. 나머지는 현지 대성당 및 전통시장 방문 등 사실상 관광 스케줄로 채워져 있다. 이번 연수를 담당한 행자부 관계자는 “당초 수립했던 일정을 대폭 수정해 공식 연수일정을 여섯 개로 늘렸다”며 “주말 이틀간을 제외하면 이동시간이 많아 더 이상의 일정을 추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수만을 놓고 외유성 관광출장이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보고 배운다는 것 자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의 외유성 연수 논란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란 건 또 다른 얘기다. 행자부가 운영하는 해외 연수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업무상 필요한 공무원이 해외 연수를 가는 것이 아니라 연차가 있는 공무원들끼리 돌아가면서 해외여행 경험을 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털어놨다.

해외 연수에 시민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공무원 해외 연수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제도 도입이 시급하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공무원 해외 연수 방침은 참고할 만하다. 서울시는 해외 연수 시 반드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만 선정하고, 출장보고서는 모든 공무원이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다. 정부나 다른 지자체가 벤치마킹해야 할 대목이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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