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촉발된 튀니지의 반정부 시위는 중동 북아프리카 각국으로 퍼지며 소위 ‘아랍의 봄’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튀니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등에서 독재 정권이 잇달아 무너졌고 중동에도 민주화 열풍이 부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5년여가 지난 지금 중동은 여전히 혼돈 속이다. 이집트에서는 첫 민선 대통령인 무함마드 무르시가 군부에 의해 축출되며 민주화 열기가 식었다. 리비아는 카다피 축출 후 내전상태에 빠지는 등 혼란을 겪었다. 예멘의 내전도 여전하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급진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창궐로 테러와 납치, 난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 정도가 민주화 과정을 밟고 있지만 역시 순탄치 않다. 지난해 말 첫 자유 경선으로 대통령을 뽑았지만 올 들어 총기 난사, 테러 등이 이어지며 정정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중동 전역에서 만개할 것 같던 민주화는 오리무중이고 수니파와 시아파로 양분된 이슬람 세력 간 갈등은 오히려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여기에 유가가 급락하며 대다수가 산유국인 중동 경제에까지 어둠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중동의 맹주로 불려온 사우디아라비아 경제가 크게 흔들린다는 소식이다. 올해 재정적자만 GDP의 20%를 넘을 전망인 데다 외환보유액도 급격히 줄고 있다. 사우디는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중동 내 최대 라이벌인 이란의 핵협상 타결로 사우디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그 와중에 셰일오일과 가스는 앞으로 유가를 더욱 끌어내릴 공산이 크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사우디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때”라는 글을 쓸 정도다.
중동 국가들의 혼란상은 민주주의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룰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뒷받침 없이, 어느날 독재정권이 붕괴했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돈이 많다고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아랍의 봄 이후 혼란을 거듭하는 중동의 모습을 보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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