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나는서울시민이다=안중훈 마을기자] 매년 여름이면 어김없이 기상천외한 영화를 들고 영화팬들을 찾아오는 부천판타스틱 영화제가 열리는 인구수 80만 명의 도시 부천. </p>
<p>새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도 많지만 오래 거주한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경우도 그만큼 많다는 부천시 송내동. 이런 곳에도 마을공동체가 있을까? 답을 먼저 하자면 부천시 송내동에는 아직 마을공동체가 활성화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p>
<p>그렇지만 주민센터 건물에 시민단체가 들어설 만큼 시민의식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하늘이 열린다는 10월1일 개천절. 마을학교가 열리는 송내2동 주민센터로 찾아가 보았다.</p>
▲ 찾아가는 마을학교 강의가 열린 송내2동 주민센터 2층 강의실(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날씨는 제법 쌀쌀한 편이었다. 비 때문에 차가 막히는지 마을학교를 신청한 주민들은 강의 시작 시간인 2시가 지나도 나타나질 않았다.</p>
<p>하지만 먹구름 같은 우려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주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강의 자료와 이름표를 메고 조별로 나뉜 책상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채워지자 추위는 어느새 사그라졌다. 가장 따뜻한 기운은 사람들의 온기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p>
▲ 2015 부천시 찾아가는 마을학교 현수막 (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마을공동체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주민주도의 마을공동체 사례를 보여줄 강사는 보태기교육컨설팅 협동조합의 김복남 이사장이다.</p>
<p>이미 강의가 시작되기 전부터 마을학교에 새롭게 입학하게 될 주민들을 기다리는 열의를 보였다. 김복남 강사는 부천 방문이 처음이라 일찍 도착해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고 말했다.</p>
<p>강사가 돌아본 송내동은 아파트가 10개나 들어설 정도로 개발이 많이 되어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오래된 주택도 많이 보인다고 하자 수강생들은 그만큼 한 동네에 오래 산 주민들도 많은 반면 새롭게 이사 온 젊은 층도 많은 동네라고 부연설명 했다.</p>
▲ 수강생들이 생각하는 마을에 대해 듣고 있는 김복남 강사(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강의 시작은 '내가 생각하는 마을이란?' 이란 주제로 마을에 대한 수강생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p>
<p>책상 위엔 전지 1장과 포스트잇, 다양한 색깔의 매직이 놓여있었다. 수강생들은 포스트잇에 자신들이 생각하는 마을에 대해 연상되는 단어를 적고 전지에 옮겨 붙였다.</p>
<p>"이야기가 오고가는 사랑방",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동체", "어르신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생태공원", "지역과 동 같은 지명 또는 호칭", "동물과 식물, 사람이 함께 사는 곳", "마음이 편안한 곳",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고향" 등 참여한 수강생만큼이나 다양한 답변들이 나왔다.</p>
<p>마을에 대한 생각이 한 사람도 같지 않았다는 것은 마을에 대한 이해가 마을공동체를 시작함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주는 반증이었다.</p>
▲ 강의에 열중하고 있는 수강생들(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수강생들은 이어서 '마을에 필요한 것'이라는 주제로 다시 한 번 포스트잇을 작성했다. 마을에 대한 이해는 서로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수강생들이 마을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대부분 공동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시설이었다.</p>
<p>"어르신들이 소 構타??할 수 있는 작업장", "청소년들이 쉬고 배울 수 있는 쉼터", "마음의 정화가 되는 꽃밭", "부천의 상징인 도룡용을 이용한 랜드마크", "땀 흘리며 자연스레 이웃을 사귈 수 있는 주말농장 혹은 텃밭" 등 수강생들은 마을공동체는 아직 잘 몰라도 마을이 왜 필요한지는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p>
▲ 수강생이 생각하는 우리 마을에 생겼으면 하는 것(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강사는 마을공동체를 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사람 찾기, 동료 찾기를 꼽았다.</p>
<p>기획을 하고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은 절차를 따르면 되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일정한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p>
<p>김복남 강사는 동료 찾기의 지름길은 없지만 이를 위해 주민들의 자발성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지 않고서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p>
<p>마을에 사업만 있고 연결망이 없다면 사회비용은 감소하지 않고 증가하기만 할 뿐이다.</p>
▲ 마을공동체를 이해하기 위해 모인 수강생들(사진=안중훈 마을기자) <p>이어 김 강사는 주민들의 힘으로 복원되어가는 마을공동체 사례를 소개했다.</p>
<p>'00은 대학', '거북골 마을사랑방', '달팽이마을', '마포 의료 생활협동조합' 등 주민들의 힘이 모여 건강하고 역동적인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례가 주를 이뤘다.</p>
<p>수강생들은 관심이 깊어졌는지 점차 질문 횟수를 늘려나갔다. 강의의 마지막 PPT화면엔 '마을은 혁신이다'라는 문장이 적혀있었다.</p>
<p>'삭막한 도시에서 과연 마을은 가능할까?' 처음엔 의구심에 반신반의하던 수강생들도 강의가 끝나갈 무렵엔 자신감을 가진 듯 고개를 끄덕였다.</p>
<p>'스스로의 힘을 믿는 동료들만 생겨난다면 마을은 저절로 생겨날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 것 같았다.</p>
<p>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송내2동엔 분명 판타스틱한 마을공동체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서울로 돌아올 수 있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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