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선 '유로5'가 문제…한국선 '유로6' 조사 예정
박심수 고려대 교수 지적
[ 정인설/심성미 기자 ]
‘폭스바겐 사태’와 관련해 한국 환경부의 조사가 엉터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물의를 빚은 해당 차량이 아닌 다른 차량을 조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24일 미국에서 배기가스 조작으로 리콜 명령을 받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차종에 대한 조사를 위해 평택항에 들어온 관련 차량들을 이날 오전 11시30분부터 봉인 조치한다고 밝혔다. 봉인 대상은 폭스바겐의 골프와 제타, 아우디의 A3 차량이다.
문제는 이 차량들이 미국에서 리콜 조치된 것과는 다른 차량이라는 것이다. 이달 1일부터 한국이 수입하는 디젤차는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를 충족한 차량이다. 유로6는 2013년부터 유럽연합(EU)이 도입한 디젤차 배기가스 규제로 기존 유로5보다 미세먼지는 50%, 질소산화물은 80%가량 더 줄여야 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조작을 인정한 1100만대의 디젤차는 모두 유로5에 해당하는 ‘EA 189’ 엔진을 장착한 차량이다. 구체적으로 유로5 기준의 1.6 TDI 엔진과 2.0 TDI 엔진이다.
게다가 이달부터 국내에 유로6가 새로 적용돼 자동차 업체들은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동차에 특정 장치를 부착하고 있다. 요소수를 넣어 배기가스량을 줄이는 선택적 요소수 환원장치(SCR)나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장치(LNT) 등이 대표적이다. 유로5 기준의 차에는 SCR이나 LNT보다 주로 비용이 적게 드는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EGR) 정도만 써왔다. 이 장치는 배기가스를 계속 재활용해 배기가스량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한국도 미국처럼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나온 차량을 대상으로 배기가스 조작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자동차 엔진 전문가인 박심수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사진)는 “유로6 기준의 차 등 이번 사건 이후에 나오는 차량은 배기가스 배출량을 인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작다”며 “실제 조작 여부를 알려면 현재 운행 중인 폭스바겐과 다른 브랜드 디젤차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부터 들어오는 차만 조사하면 폭스바겐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유로5 기준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여부는 내년에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년 국내외 100개 차종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사하고 있다”며 “내년에 폭스바겐 차량을 평소보다 늘려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인설/심성미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