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복 입고 즐기는 젊은이들

입력 2015-09-15 18:28
복고풍 트렌드 각광받으면서 '옛 것'의 미 누리는 청년 늘어
해외 '문화 알리미' 역할도 해…전통문화 향유 신세대 늘려야

박혜린 < 옴니시스템 대표 ceo@omnisystem.co.kr >


최근 소셜 마케팅을 위한 한국 주재 중국 대학생 초청 대회를 경북 안동 하회마을에서 열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기 위한 장소로 안성맞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회마을은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가 아니었다. 인위적인 변화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집은 옛 한옥인데 창문은 알루미늄 새시. 주민들의 복장과 예절도 전통문화를 내세우는 하회마을의 성격과는 맞지 않았다. 하회마을 전체를 콘셉트에 맞게 디자인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하나씩 억지로 수정한 느낌이었다.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었다. 전통도, 현대도 아닌 부조합이었다.

전주 한옥마을은 좀 다르다. 예스러운 분위기가 통일적으로 잘 잡혀 있다. 그 안의 인테리어는 현대적이다. 전국 맛집 열전을 연상하게 하는 다양한 음식점과 한복 대여점도 눈에 띈다. 특히 한복 대여점에선 5000원이면 한복을 빌려 입고 한 시간 동안 마을을 돌아볼 수 있다. 많은 방문객이 한복을 입고 쇼핑을 즐기며 사진을 찍는 모습?해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광경이다.

“한복을 입고 세계 일주를 한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미 많은 청년이 한복을 입고 세계 주요 도시에 가서 사진을 찍은 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에 올리고 있었다.

이렇듯 기성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들이 우리 고전 문화의 향수를 즐기고, 실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복고풍으로 대변되는 문화를 통해 그들은 전통 한지를 구매하고, 한복을 입고 판소리를 부르는 모델이 나오는 이동통신사 광고를 본다. 전통 한식 상차림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며 우리 고전 문화에 소중히 다가서고 있다.

“우리의 것이 소중하다”고 말했던 기성세대는 정말 옛 문화를 귀하게 여겼는지 되물어야 할 시점이다. 기성세대가 서양의 명품에 열광해 온 것과 달리, 신세대는 오히려 우리 고유의 문화를 배우고 해외에 ‘문화 알리미’ 역할까지 하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분홍 저고리를 입고 노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크게 안도했다. 한국의 미래가 밝다고 느꼈다. 전통문화를 즐기는 청년들을 돕고, 현재와 접목시키고자 하는 시도를 독려한다면 명품 이상의 명품, 한국만의 새로운 명품이 생산될 것이다.

박혜린 < 옴니시스템 대표 ceo@omnisystem.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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