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려가는 중국 자동차기업

입력 2015-09-11 18:27
수정 2015-09-14 16:18
전기차 핵심기술 확보…'중국의 테슬라' 꿈꾼다

베이징차·상하이차 등 잇단 진출…R&D센터 설립·현지 투자 나서
중국 전기차 시장 1년새 5배 급증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실리콘밸리로 몰려가고 있다. 정보기술(IT)산업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에서 친환경차(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중국 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보여준 성공 스토리를 중국 시장에서 재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에서 친환경차 기술 확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5위 자동차기업 베이징자동차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다고 11일 보도했다.

베이징자동차는 이미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20여명의 R&D 인력을 채용해 테슬라 협력업체, 폭스콘, 지멘스 등과 공동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자동차가 R&D센터를 설립한 프레몬트시는 테슬라 생산공장이 들어서 있는 곳이다. 베이징자동차는 테슬라 출신이 설립한 전기배터리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아티에바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사실도 최근 공개했다. 베兼÷湄온榻?아티에바와 공동개발한 친환경차를 내년 4월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기업 상하이자동차도 조만간 실리콘밸리에 투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환경차 제조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보유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중국 자동차 부품기업 완샹은 지난해 아예 캘리포니아의 친환경차 제조업체 피스커와 전기배터리 제조업체 A123시스템을 인수했다. 보스톤컨설팅의 자동차산업 애널리스트 사비에르 모스켓은 “중국 기업들이 친환경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실리콘밸리의 혁신적인 기술 확보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친환경차 시장

중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 적극 진출하는 것은 중국 내 친환경차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2009년부터 친환경차 시장 육성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의 친환경차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2013년 1만7600대였던 친환경차 판매량이 작년엔 8만3900대를 기록해 약 4.7배로 커졌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와 비슷한 8만3100대가 팔렸다. 황융허 중국자동차기술연구소 이사는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중국의 연간 친환경차 판매량은 약 12만1000대로, 미국(11만2000여대)을 제치고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으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연간 2000만대 안팎인 점에 비춰보면 아직 친환경차 시장의 절대 규모는 크지 않다. 하지만 성장잠재력이 높아 이 시장을 둘러싼 중국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WSJ는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대기오염 방지를 위해 △친환경자동차 구입세 감면(2017년까지)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친환경차 구매 확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등 친환경차 보급확대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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