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 한양대 교수 >
파생상품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 선도계약(forward contracts)이다. 이는 현재 시점에 거래상대방과 어떤 자산을 어떤 가격으로 미래 어느 시점서 매매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가령 9월10일 오늘 갑이 을로부터 삼성전자 1주를 한 달 후인 10월10일 110만원에 사기로 합의하는 것이다. 왜 이런 계약이 필요할까?
현재는 돈이 없지만 10월 초에는 특별보너스를 받아 110만원 정도의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복잡한 계약 없이 10월10일 당일 110만원으로 삼성전자 1주를 사면 안될까? 안된다. 10월10일 주가가 130만원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에 어떤 ‘확실한’ 가격으로 매매하려면 위의 선도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선도계약 상의 주식 가격 F는 얼마가 돼야 할까? 편의상 오늘 주가가 100만원이라고 하자. 팁을 준다면, 한 달 후인 10월10일에 1주를 소유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의 비용이 같아야 한다. 먼저 오늘 이 주식을 100만원에 사서 계속 보유한다면 10월10일에 주식 1주를 소유하게 된다(방법 A). 혹은 갑이 위 선도 계약을 통해 10월10일에 F의 가격으로 사기로 해도 역시 10월10일 1주를 소유하게 된다(방법 B). A, B 어느 방법이라도 ‘10월10일 1주 소유’라는 같은 결과가 산출되므로, 두 방법의 비용 또한 같아야 한다. B를 택하면 10월10일 F를 지불한다. A를 택하면 9월10일 100만원을 지불한다. 그러면 F = 100만원이 돼야 할까?
그렇지 않다. F는 한 달 후 지불할 금액이고 100만원은 오늘 지불할 금액이다. 오늘 100만원과 한 달 후 100만원의 가치는 같지 않다. 오늘 100만원을 연율 2%의 1개월 만기 정기예금에 투자하면 한 달 후엔 100×[1+0.02×(1/12)] = 100만1667원이 된다. 이는 곧 오늘 100만원과 한 달 후 100만1667원이 동등한 가치임을 뜻한다. 그러므로 방법 B를 통해 10월10일에 지불할 금액 F는 100만원이 아니라 100만1667원이 돼야 맞다. 여기서 1667원은 오늘 100만원으로 주식을 사는 방법 A의 (보이지 않는) 기회비용이다. 한 달 먼저 주식을 사둘 때 포기하는 이자가 1667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도계약 상의 가격 즉 선도가격 F는 오늘 주식을 구입할 때의 총비용(= 구입원가 + 기회비용)과 동일한 값으로 결정된다. 결국 정확한 F를 찾는 관건은 방법 A의 기회비용을 제대로 찾는 것이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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