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동조선을 이렇게 삼성중공업에 떠넘겨도 되나

입력 2015-09-02 18:10
삼성중공업이 채권단 자율협약 중인 성동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최장 7년간 영업 구매 생산 등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으로 성동조선의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과 경영협력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어려움에 빠진 중소 조선사 정상화에 대형 선사가 힘을 보탠다는 것은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그럴싸한 일이다. 성동조선이 과거 삼성중공업 부품 공급사였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문제는 이번 협약은 누가 봐도 삼성중공업이 자발적으로 체결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조선업계 전반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삼성중공업은 올 2분기에만 1조5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 와중에 오는 9일 조선업계 노조가 공동파업까지 벌일 예정이다. 내 코가 석 자인 삼성중공업은 누가 봐도 지금 성동조선을 떠맡을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울며 겨자 먹기 식 지원에 나선 것은 수출입은행의 직·간접적인 압력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출입은행은 해외 건설, 플랜트, 선박 등에 금융을 지원하는 국책 금융기관이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선박금융만도 보증 1조1000억원, 대출 2000억원 등 적잖은 지원을 하고 있다. 성동조선을 맡아달라는 수출입은행의 요구를 삼성중공업이 거절하기 힘든 구조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삼성중공업의 이익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 정도의 대기업은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한 것만 봐도 그렇다.

물론 삼성중공업이 나서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조선산업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 구조조정에 시간을 끌기 위해 삼성중공업을 끌어들였다는 분석도 제기한다. 정부의 기업 구조조정이 늘 이런 식이다. 당장 책임지기 싫으니 자꾸 미루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소위 ‘빅배스(big bath)’ 규제로 일부 대기업 부실정리조차 봉쇄된 마당이다. 이렇게 질질 끌기만 하면 도대체 구조조정은 하기는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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