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맥 빠진 '모뉴엘 사건' 재판

입력 2015-09-01 19:05
수정 2015-09-02 05:45
법조 산책

혈세 3400억 걸린 재판
피고인측 일방적 진술로 진행

검찰, 소극적 추궁에 그쳐
주요 사건엔 수사검사 나와야


[ 김인선 기자 ] 지난달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424호에서 ‘모뉴엘 사기 대출’ 사건의 7차 공판이 열렸다.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 부사장 신모씨, 재무이사 강모씨 등 세 명이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모뉴엘은 2009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홈시어터 PC 가격을 부풀리거나 물량을 가공해 1조2000여억원의 허위 수출입 신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실적을 근거로 시중은행 10곳에서 3조200억원대의 사기 대출을 받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방청객들은 검사와 피고인 측 변호인 간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상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선 3482억원에다 국내 은행들이 모뉴엘에 대출했다 받지 못한 돈을 합하면 6700여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돈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라져버린 초유의 사태 아닌가.

예상은 빗나갔다. 팽팽한 공방은 온데간데없고, 공판은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일방적 독주로 진행됐다. 양측의 변론을 듣고 있으니 맥이 탁 풀려버렸다. 변호인은 피고인 심문을 통해 박 대표가 정瓚岵?경영 활동을 위해 대출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상환하지 못한 6700여억원은 법인세, 직원 급여, 제품 개발비, 광고비, 설립 운영비 등으로 썼지 박 대표 개인적으로 유용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나중엔 재판을 맡은 김동아 부장판사가 “같은 내용을 계속 중복할 필요는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미 잘못을 시인한 박 대표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경영 상황을 참작해 달라고 주장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검찰의 반대심문은 무성의에 가까웠다. 재무이사 강씨를 제외하곤 박 대표 등 나머지 피고인 2명에겐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검사가 모뉴엘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검사가 아니라는 한계는 있지만 그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아쉬움은 남는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검찰 측에 “수사검사가 직접 나올 계획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짐작은 된다.

무역보험공사와 국책은행 등이 떼인 돈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왔다.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에서 수사검사가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범죄 혐의를 추궁했어야 했다. 이제 판단은 재판부의 몫으로 남았다.

김인선 법조팀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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