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형 클러스터, 개방형 혁신 절실하다

입력 2015-08-21 18:09
"압축성장 견인한 산업클러스터
혁신의 창조적 복합공간으로 재편
미래 성장 원동력으로 변신해야"

남기범 < 서울시립대 교수·한국경제지리학회장 >


지난 20여년간 한국의 지역산업정책은 클러스터(산업집적지)를 통한 지역발전과 산업혁신역량 향상에 중점을 뒀다. 클러스터는 기업과 지원기관이 시너지를 내도록 하기 위해 지리적으로 집적한 것으로, 기업의 산업생산 기능과 대학 및 연구소의 연구개발(R&D) 기능, 경영·자금·산업연계 등의 지원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 모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정책적 개념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샌디에이고, 핀란드의 오울루 등이 대표적인 클러스터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 1998년 이후 본격적인 지역산업정책이 태동하면서 클러스터정책을 추진했다. 산업단지는 초기에 단순클러스터에 머무르다 2005년 ‘산업단지 클러스터’사업을 통해 대학 및 연구소와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R&D역량을 강화하는 등 질적인 변화를 이루며 한국형 클러스터정책을 만들어갔다. 산업단지 클러스터 정책의 특징은 기업을 중심으로 산·학·연 협의체(미니클러스터)와 네?緇㈇?구축한 점을 들 수 있다. 공공부문과의 연계를 통해 다른 기업, 대학, 연구소가 상호학습하는 선순환적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술·경영 분야별 전문가풀을 구성해 기업의 애로를 해결했다. 또 현장에서 발 빠르게 기술수요를 확인하고 R&D를 실제적으로 적용해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99.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클러스터 대상 산업단지의 생산이 해당 시·도 전체 제조업 생산 대비 약 4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해 지역경제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의 클러스터정책은 인위적으로 조성한 오래된 산업단지가 첨단산업 중심의 클러스터로 진화한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동아시아, 남아메리카, 동유럽 국가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할 정도다. 이젠 세계적인 한국형 클러스터로 인정받기 위해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확산하고 창의적 융합시대를 이끌어가기 위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

먼저, 클러스터의 광역화와 연계기능에 따른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거점 산업단지는 세계 유수의 첨단기업을 유치하고 R&D를 특화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야 하며, 중소거점 산업단지는 국가 경제발전과 지역균형발전을 연계해 지역의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도록 육성해야 한다. 각 산업단지가 역할과 기능에 따라 바퀴축과 바퀴살처럼 한몸이 돼 움직여야 한다.

둘째, 사람과 문화에 투자해야 한다. 현대의 첨단산업 공간은 단순 작업공간이 아니라, 생활하고 근무하며 여가를 즐기는 동시에 혁신의 창출지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노후화한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고 문화·여가·주거시설을 정비해 생산공간과 생활환경이 조화를 이루도록 창조적 복합공간으로 재편해야 한다.

셋째, 산업단지 클러스터의 내부기업과 기관 외에도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를 장려해 사용자가 주도하는 혁신공간을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과 지역사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수요자 중심의 개방형 혁신이 일어날 수 있도록 나아가야 한다.

시민사회의 참여를 통한 혁신적 리더십 구축도 중요하다. 한국의 클러스터들은 대부분 한 번 이상의 빠른 성장을 경험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성장기에는 위계적이고 집중적인 리더십이 요구됐지만, 성숙기에는 민·관 파트너십에 의한 분배적인 리더십으로 혁신의 계기를 만들고, 시민사회의 참여와 역동성을 강화해야 한다.

클러스터는 1990년대에 시작돼 전 세계에 확산됐고, 21세기 전반기의 성장기를 지나 이제 성숙기를 맞이하고 있다. 성장기의 한국형 클러스터가 국가주도형 발전의 새로운 클러스터 이론형성과 실증사례였다면, 이제는 성숙기를 맞아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기 위해 나아갈 때다.

남기범 < 서울시립대 교수·한국경제지리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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