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는 웁니다" 증권사, 항공株 어닝 쇼크 '깜깜'…"실수·변수 모두 인정"

입력 2015-08-18 14:47
수정 2015-08-18 14:49
[ 박희진 기자 ] 항공주(株)의 대규모 어닝 쇼크(실적 충격)에 증권가에서 "실수를 인정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 항공 담당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들은 "예측 불가능한 부분과 돌발 변수가 있었던 건 맞지만 간과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항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2분기 각각 26억원, 614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어닝 쇼크'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에도 항공주들의 2분기 흑자를 전망하는 의견이 우세했다.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대한항공이 324억원, 아시아나항공이 220억원이었다. 두 곳 모두 적자를 예상한 증권사는 소수에 불과했다.

실제 발표된 항공사들의 실적이 예상을 크게 빗나가자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두 항공사에 대한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목표주가도 낮춰 잡았다.

증권사 추정치와 실제 실적이 다른 것은 증권업계에서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두 수치간 차이가 큰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실수는 인정하되 예상치 못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실수와 변수를 따로 구분해 평가해달라는 얘기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추정치와 실제 실적이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건 드문 일"이라며 "수요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운항단가(Yield) 하락폭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항공 수요 부문은 월간 인천공항 통계와 실시간 항공 정보를 통해 일정 수준까지 예측 가능하지만, 운항단가는 항공사 측에서 공개하지 않는 한 정확한 추정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예상보다 하락폭이 컸던 운항단가에는 유류할증료 감소와 6월 예약 취소에 대응한 항공사들의 요금 할인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스 사태에 따른 실적 영향을 예측하는 과정에서는 놓친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신 연구원은 "메르스 영향으로 주로 중국과 일본의 인바운드(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여객) 여객이 감소했다"며 "이들 단거리 노선의 수익성이 좋은 점을 간과한 탓에 추정치와 차이가 커진 것 같다"고 밝혔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메르스 사태처럼 갑작스럽게 수요에 쇼크(충격)가 오면 항공사들은 항공기 편수와 인력 등을 조절해 투입 비용을 줄이게 된다"며 "이러한 비용 조정이 수요 감소분과 완전히 연동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비용 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정비비와 인건비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조종사 임금인상분이 소급적용되면서 인건비가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고, 정비비는 17% 증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정비비는 전년 동기 대비 68% 증가한 1052억원에 달했다.

윤 연구원은 "통상 항공사 매출원가의 30% 정도는 애널리스트들이 전혀 추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그 외에도 환율과 유가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 특성상 실적이 추정치를 크게 빗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신 연구원은 "최근에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항공사들이 IR활동에 소극적으로 대응한 점도 예년보다 실적 추정을 어렵게 만든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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