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껏 총선용 선심예산 배정하자고 당정협의 하나

입력 2015-08-14 18:07
새누리당이 엊그제 당정협의에서 내년도 총선을 다분히 의식한 소위 ‘선심성 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고 한다(한경 8월14일자 A6면 참조). 카드론 수수료 인하, 전통시장 전기요금 인하 등에 필요한 재원을 배정해달라는 요청 등이라는 것이다. 대부업체 이용자들에게 저리의 대출로 바꿔주는 햇살론 예산은 아예 2400억원을 증액하라고 구체적인 규모까지 제시했다. 3년 전 총선 때의 새누리당 공약을 이행할 예산도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그러면서 청년일자리 창출, 사회적 약자의 가계소득 확대,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한 예산 확충도 강조했다. 모두 명분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체 예산규모는 생각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증액·신설 요구 일변도로만 달리면 어떡하자는 것인가. 가뜩이나 복지예산이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경제성장률을 뛰어넘는 이 같은 팽창편성을 또 요구하고 있다. 선심성 예산이나 짜고 복지지출을 무작정 확대한 뒤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조차 않는다. 지출 구조조정, 건전재정·균형예산이라는 단어는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고 한다.

정부 쪽도 ‘결국은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는 예산만 늘려달라는 것’이라며 불만이지만 속앓이만 할 뿐이다. 늘 그래왔듯이 국회에 대고 ‘노(NO)’라는 말을 못 하는 예산실이다. 중국발(發) 환율전쟁,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 등으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연 3% 성장에 정부가 전력을 기울이는 판이니 그 어느 때보다 중장기 균형재정부터 염두에 둬야 할 때다. 집권여당이 건전재정을 위한 대안모색이나 공공부문의 ‘허리띠 죄기’에 앞서기는커녕 기껏 총선용 선심성 예산이나 요구해서 될 말인가. 집권당의 체면과 책임은 온데간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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