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발 환율전쟁] '통화전쟁' 손발 묶인 한국…2010년 '서울선언'이 자충수 됐다

입력 2015-08-13 17:47
위안화 절하에 속수무책 외환당국…왜?

경상흑자 GDP 4% 초과땐 환율 개입 금지
한국, 중국 견제하려다 오히려 '4% 룰' 걸려
"간접 수단 동원해서라도 환율 충격 줄여야"


[ 정종태 기자 ] 중국의 잇따른 위안화 절하로 ‘환율전쟁’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한국은 무기력한 모습이다. 외환당국은 위안화 절하에 따른 충격에 속수무책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인하 압력에도 불구하고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곧바로 외환시장에 반영됐다. 이날 위안화는 사흘째 절하를 이어갔지만 원·달러 환율은 상승세를 멈추고 급락세(원화가치 급등)로 돌아섰다.

환율전쟁에서 국내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인 데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는 게 외환당국 및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0년 말 우리 정부 주도로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서울선언’이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서울선언’이 족쇄로

서울 G20 정상회의 당시 핵심 의제는 세계 무역불균형 해소였다. 미국 등 G20 회원국들은 タ?불균형의 ‘주범’으로 중국을 지목했다. 값싼 노동력을 배경으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거둬 다른 선진국을 적자국으로 내몰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원국들은 치열한 논쟁 끝에 개별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를 초과하면 인위적인 통화가치 절하를 못 하도록 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른바 ‘경상수지 4%룰’이 그것이었다.

당시 정상회의에 참여했던 정부 관계자는 “주요 회원국 중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4%를 초과하는 나라는 중국 독일 등이었는데, 4%룰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가 중국의 손발을 묶기 위해 4%룰을 주도했고 주최국이었던 한국 정부가 ‘행동대장’ 역할을 맡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선언’ 이후 중국은 실제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지 못했다. 그 결과 미 달러에 연동된 위안화는 줄곧 강세를 유지했다. 중국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도 2009년 5.96%에서 지난해에는 1.90%로 낮아졌다. 반면 ‘서울선언’ 당시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4% 미만으로 감시대상국이 아니었던 한국은 지난해 흑자폭이 6.25%로 불어나 ‘4%룰’에 걸리는 처지가 됐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미국 재무부가 지난 4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을 환율조작 의심 국가로 분류한 것도 이 같은 저간의 상황 변화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우리가 주도했던 ‘서울선언’이 5년 뒤 한국의 발목을 잡은 ‘자충수’가 돼버린 것”이라고 했다.

○손발 묶인 외환당국

이런 사정 때문에 환율전쟁이 皐測囑捉?우리 정부가 적극 대응할 수단이 없다는 게 외환당국의 고민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이 공격적인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달러 대비 엔화가 지난 5년간 53.4%나 절하됐는데도 미국이 문제 삼지 않는 것은 일본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폭이 여전히 1% 미만으로 낮은 것도 이유”라며 “엔화에 비해 같은 기간 원화 절하폭은 5%에 불과했지만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더 불어났다는 이유로 미국의 감시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흘 연속 중국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을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사실상 용인하는 입장을 취한 것도 비슷한 배경이라는 게 외환당국 분석이다. 여기에다 중국은 지난 5년간 위안화가 달러 대비 오히려 4.2% 절상됐고, 경상수지 흑자폭도 크게 줄어 앞으로도 추가 절하 여지가 충분한 것으로 외환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당국이 위안화 대비 원화의 평가절상을 막기 위해 직접적인 시장개입에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통화정책 등 간접적인 수단을 동원해 충격을 줄이는 다양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상수지 4% 룰

특정 국가가 인위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무역 흑자폭을 키우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2010년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제도. 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를 넘으면 자국 통화의 인위적 평가절하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중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반대에도 미국과 주최국인 한국의 주도로 합의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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