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세대' 더 울리는 취업 대란
역량 갖춘 인력 적시 공급이 과제
무크 통한 파괴적 교육혁신 절실"
임진혁 < 울산과학기술대 교수·경영정보학 >
청년실업 문제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갖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대학 교육과 관련된 방안도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따라 학과 정원을 조정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할 수 있게 하는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을 도입, 대학별로 최대 300억원을 지원한다는 게 골자다. 기업과 대학이 계약을 맺어 졸업 후 취업을 보장하는 ‘계약학과’를 늘리며, 대기업들은 직업훈련학교를 세워 취업준비생을 훈련시킨 뒤 계열회사, 협력업체 등에 취업시키는 방안도 나온다.
취업 또는 창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을 수요에 맞춰 적시에 공급하려면 대학의 기존 교육모델이 변해야 하는 게 사실이다. 미국 대학의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총장들은 ‘대학이 대폭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누가 변화시킬 것인가’란 질문에는 ‘대학의 총장과 교수들이 주체가 돼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인, 언론, 기업들이 강제할 것’이라고 여긴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정치권이 대학의 변화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자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기득권에 안주하고 있기 때문에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급하다고 해서 기업들로 하여금 대학의 부실한 교육을 보충하게 하는 것은 선택과 집중으로 역량을 모아야 할 기업에 새로운 부담이 될 것이다.
일자리 관련 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의 접근성’을 대폭 확대해 누구나 필요한 교육을 받을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대학이나 직업훈련학교 등을 통한 교육은 여러 제약 요건으로 인해 선별된 소수만 접근할 수 있다. 또 ‘교육의 비용감당성’을 제고해 무료 또는 낮은 비용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요예측에 근거해 공급자가 알아서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에서 실제 수요자의 요구에 의해 교육이 시작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술혁신과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예전처럼 중장기로 인력 수요를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정부 개입으로 시장 원리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한 ‘샤워실의 바보’ 비유가 적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학위보다 ‘직업역량’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한다. 강의 위주의 전통적인 교육이 아닌 학생주도적 능동적 교육모델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2012년에 시작된 무크(MOOC·온라인 대중 공개 강좌)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교육 기준들을 충족시킬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무크는 개별과목을 제공하는 단계에서 진화해 기업들의 요구조건을 반영하는 정 동”沮?이르고 있다. 코세라(coursera.org)는 나노학위(Nanodegree) 과정을, 유다시티(udacity.com)는 마이크로학위(Microdegree) 과정을 추가했고 조지아공대는 AT&T와 공동으로 올해부터 컴퓨터 석사과정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에드엑스(edX.org)는 무크의 콘텐츠를 정규과목에 접목하는 블랜디드엑스(BlendedX)를 통해 플립드 러닝(교수가 제공한 강연 영상을 미리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이나 과제 풀이를 진행하는 형태의 수업 방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리조나주립대와 공동으로 기초과목을 무료 제공하며, 이수한 사람이 원하면 수수료를 받고 이수증을 제공하는 국제기초교육원(GFA)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무크라는 새로운 교육모델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파괴적 교육혁신을 통해 기존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변화가 느린 대학들에 자극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임진혁 < 울산과학기술대 교수·경영정보학 imj@unist.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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