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구조조정 한계 노출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8월 4일 오후 4시 13분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선수금환급보증(RG) 수수료가 열 배 이상 뛰어올랐다. 한 달 전 0.45%에 불과하던 RG 수수료가 5.28%로 폭등한 것. RG는 배 건조가 중단되면 조선회사가 받은 선수금을 은행이 대신 물어주겠다는 증서로 선박을 수주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연 3% 안팎의 운영자금 금리도 연 8%로 급등했다. 시중은행들은 채권을 조기에 회수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최고의 제조 경쟁력을 자랑하던 대우조선해양이 이 지경으로 망가진 데는 지난 2분기의 기록적인 영업손실(3조318억원) 탓도 있지만 국내 금융권의 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요인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시스템은 시중은행이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의 여신을 회수하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뒤처리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전체 은행권 여신 14조6000억원 중 국책은행 비율이 74%에 달한다. 채권단은 되살아난 기업도 ‘헐값 매각’ 시비 등을 우려해 매각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 사이 정부와 정치권은 구조조정 기업에 ‘낙하산’ 임원을 내려보내는 관행을 만들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식으로 16년을 산업은행 자회사로 머물고 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은 “기업과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가급적 빠르고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큰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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