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오피셜 댓글' 갈 길이 멀다

입력 2015-08-02 14:14

(최진순의 넷 세상) 국내 온라인저널리즘 환경에서 기자가 댓글을 쓴 독자와 직접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은 흔한 풍경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첫째, 주업무가 지면기사, 영상 리포트물을 챙기는 일인데 댓글까지 들여다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출입처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도 부족합니다. 둘째, 온라인으로 독자 댓글을 보는 게 고역입니다. '기레기'라는 비난은 감수할 수 있지만 포털사이트로 송고된 기사에 달린 댓글까지 봐야 한다는 게 참 갑갑합니다. 셋째, 독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유익한지 알 길이 없습니다. 언제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고 허수아비와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한국 기자들이 선택하는 건 '무시', '외면', '침묵'입니다. 소속 언론사 웹 사이트에는 독자 댓글이 많지도 않고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都求? 뉴스룸 간부들도 댓글을 챙기라는 말은 잘 하지 않지요.

2000년대 초반 '아고라'부터 최근 '뉴스펀딩'까지 다양한 실험을 추진해온 다음카카오는 지난해 4월부터 약 1년 동안 KBS, JTBC등 일부 방송 매체의 기자가 직접 댓글을 다는 '소셜 TV' 방식의 기자댓글 서비스를 시범운영한 바 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이 서비스를 이미 '오피셜 댓글'로 전환했는데요.

이들 사례를 보니 오피셜 댓글과 기존 독자(네티즌) 댓글의 관련성은 낮았습니다. 독자 따로 기자 따로라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기자가 쓴 오피셜 댓글엔 독자 댓글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일반 독자가 기자 오피셜 댓글을 보긴 할까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카카오는 독자와 기자 간 소통으로 콘텐츠 수명이 늘어나는 등 안팎의 평가가 좋았다고 보고, 지난 6월 초 '오피셜 댓글'이란 이름으로 언론사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이나 정부부처 등 보도내용에 언급된 이해당사자가 실시간으로 반박, 해명할 수 있?공식의견 통로라는 점에서 '특혜시비', '보도위축' 논란을 일으킨 바로 그 서비스인데요.

이번에 오피셜 댓글에 참여한 오마이뉴스의 오피셜 댓글을 보면 '소통'에 따른 뉴스의 가치 제고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엿보였습니다.

'윈도우 10 공짜 마케팅, 한국선 매력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쓴 오마이뉴스 김시연 기자는 보도에 대한 독자들의 비판에 대해 직접 해명했는데요. 독자는 기자에게 기사와 관련된 내용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했고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대해 댓글을 단 독자들에게 해명했습니다. 이런 장면이 그동안 드물었기에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오피셜 댓글'에 대해 대형 신문사는 시큰둥합니다. 언론사가 할 영역을 왜 하는지부터, 현장 취재기자의 근무여건 상 참여할 수도, 참여해야 할 이유도 없다는 반응입니다. 다음카카오는 "현재까지 17개 언론사가 참여를 신청했으며, 기자와 언론사 공용 계정을 포함해 총 81개의 공식 ID가 발급됐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카카오 측은 17개 언론사가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습니다.

다음카카오는 3분기 중 오피셜 댓글 활용법 설명의 자리를 연 후 기업과 정부부처 등으로 오피셜 댓글 참여의 폭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입니다.

'오피셜 댓글'이 독자와 기자, 더 나아가 이해당사자와의 격의없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광고주나 정부요청에 의한 것이 아니라 지난 10여 년 간 서비스 경험에서 고안된 것"이라는 다음카카오 측의 설명에도 따가운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또 독자와 기자 간 의견교환이 아니라 보도에 언급된 이해당사자로 오피셜 댓글 참여주체가 확대되면 반드시 생산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정치적인 이슈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에선 난장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설득, 공감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부상하지 못한 한국 온라인저널리즘에서 '오피셜 댓글'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다수의 언론사는 포털사이트를 넘어 자사 플랫폼에서 독자 관계를 증진하는 길을 열 수 있을까요? 이제 첫발을 뗀 '오피셜 댓글'의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끝) / 디지털전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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