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소통 부족한 새 주소 개편

입력 2015-07-26 20:44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본지가 지난 23일 보도한 ‘다음달 새 우편번호…“집 주소 더 헷갈려”’ 기사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만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 열에 아홉 이상은 도로명주소와 새 우편번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었다. 다음달 1일부터 기존 여섯 자리 우편번호 대신 다섯 자리로 구성된 새 우편번호가 시행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네티즌들도 상당수였다.

네티즌들의 반응만으로 정부의 새 주소 정책에 대해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도로명주소가 정착 단계에 이르렀다’는 정부의 설명과 달리 여전히 새 주소가 일반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전국 우편물의 도로명주소 평균 사용률은 72.4%다. 통계만 따진다면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 이상이 도로명주소를 쓴다는 뜻이다.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다. 이메일이 보편화되면서 우편물을 보내는 일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대신 정부는 2011년 7월부터 공공기관에 의무적으로 도로명주소를 쓰도록 한 데 이어 민간 기업에도 새 주소를 활용하도록 했다. 우편물 사용량의 대부분이 이들이라는 뜻이다. 구청이나 경찰서 민원실을 찾는 시민들이 도로명주소를 쓰는 사례는 극소수라는 게 일선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럼에도 행정자치부는 “도로명주소의 원리를 제대로 알면 주소를 찾기 편하다”는 원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주소를 찾기 쉬워 물류 비용 감소로 인한 연간 3조4000억원의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강조해 왔다.

도로명주소 도입이 결정된 건 1996년이다.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활용해 주소를 찾을 수 있다. 주소를 찾기 쉽다는 것은 정보기술(IT)이 발달하지 않았던 1990년대에나 설득이 가능한 얘기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년 동안 새 주소 도입을 밀어붙였다. 4000억원 넘는 예산을 이미 사용한 데다, 옛 주소 체제로 돌아가는 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의 새 주소 정책이 최악의 정책 실패가 되지 않으려면 국민과 좀 더 소통할 필요가 있다.

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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