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사자…원자재 DLS에 '관심'

입력 2015-07-23 20:56
한달 새 원유값 17%↓ 금값 7%↓ 은값 8%↓

상반기 8474억 발행…지난해보다 3배 이상 팔려


[ 송형석 기자 ]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금과 은, 원유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파생결합증권(DL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DLS는 기초자산 가격이 계약 시점보다 40~50%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된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쌀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DLS 빙하기 끝났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원자재 DLS 발행액은 8474억원으로 나타났다. 발행액이 2300억원에 그쳤던 작년 하반기와 비교하면 세 배 이상 많이 팔렸다.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하락 구간이 끝나간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속속 DLS 시장으로 되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원자재 DLS의 전성기는 2013년이었다. 한 해 동안 3조원어치가 발행됐을 정도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원유와 은값 폭락으로 관련 DLS들이 줄줄이 손실구간에 진입하면서 수요가 끊겼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엔 원자재 DLS의 발행액?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채굴비용과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진 만큼 저가 매수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원자재 DLS 시장 확대를 예상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DLS를 발행하기 힘들어진 증권사들이 원자재 DLS 판매에 주력할 것이란 예측이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유와 금, 은 가격이 싸고 변동성이 심한 시기엔 원자재 DLS 수요와 공급이 함께 늘어난다”며 “일부 자산을 원자재로 옮기려는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원자재 투자, DLS냐 ETF냐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배럴당 49.19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한 달 낙폭이 17.48%에 달한다. 휴가철인 데도 미국 내 석유 제품 재고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 원유 가격에 반영됐다. 원유값이 배럴당 50달러를 밑돈 것은 지난 4월2일 이후 처음이다. 금과 은 가격의 움직임도 비슷하다. 지난 한 달 동안 금값은 7.21%, 은값은 8.6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단기간에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달러가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당분간 원자재보다는 달러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여전히 많을 것이란 얘기다. 추가 급락 가능성 역시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원자재 가격을 짓누르고 있는 악재들이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분석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을 그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보다 어느 정도 하락해도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DLS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한 연말 무렵이 되면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원자재 가격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향후 2~3개월은 DLS로, 그 이후엔 ETF로 원자재에 투자하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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