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 역(逆)직구족을 잡아라

입력 2015-07-10 21:18
내년에 1조원대로 커질 逆직구 시장
'개인 맞춤형 고객경험'으로 대응해야

김영호 < 한국IBM 전무 >


해외직구 열풍이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의 등장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소위 ‘해외직구’가 올 들어 53% 늘어나는 등 새로운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역으로 해외 소비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한국 제품을 사가는 ‘역(逆)직구 현상’도 뚜렷하다.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역직구 시장 규모는 약 5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3.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시장 규모가 1조원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그중 절반 이상은 중국인 소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류열풍’과 함께 중국에서 다른 나라 상품을 직접 구매하는 ‘하이타오족’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직구족은 원하는 상품을 어떤 채널에서든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구매하기를 원한다. 운송 및 수령 방법, 환불까지 소비자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길 원한다.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는 알리바바 티몰에서 본 한류 상품을 서울 명동 매장에서 구입하거나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한 제품을 중국 상하이 호텔에서 수령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역직구 수요를 잡기 위해 ‘국경 없는 영토 싸움’을 하고 있다. 시차와 지역에 상관없이 저렴한 물류비와 당일 수령, 집앞 배송 등을 통해 거래 규모를 늘려야 한다. 옴니채널 기반의 고도화된 통합 주문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까닭이다. 특히, 반품이나 회수 물류에 대해 글로벌 차원의 일관된 대응체계를 갖추고 멀티·옴니 채널을 고려해 보유 상품 수량, 배달 가능 지역 등의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개별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에도 주력해야 한다. 연령별, 소득별, 지역별 수준의 통계 분석은 의미를 잃은 지 오래다. 수많은 요우커 중에서 특정한 한 사람의 구매 패턴과 선호 상품, 선호 배송 방법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IBM 설문조사에 따르면 마케팅 담당자의 90%는 ‘개인 맞춤형 고객경험’이 필수라고 했다. 반면 소비자의 80%는 브랜드가 자신을 개별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과 소비자의 동상이몽을 보여주는 결과다.

최근 메르스 여파, 중국 증시 폭락, 그리스 악재 등으로 한국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유통업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싸늘하다. 소비자들은 구매 방법이 복잡하거나 비싼 상품을 원하지 않는다. 구매 절차가 간소화될수록 좋아한다. 복잡해진 유통채널 곳곳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소비자가 상품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 이것이 ‘유통의 만능 레시피’다.

김영호 < 한국IBM 전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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