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경제] 기술의 가치 측정하는 '기술신용평가사'

입력 2015-06-19 18:59
직업과 경제의 만남 (76)



경제학에서는 각 경제 주체가 자신의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행동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경제학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제시하는 개념에는 한계수입(marginal revenue·MR)과 한계비용(marginal cost·MC)이 있다.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은 특정 경제 행위를 한 단위 추가할 때 발생하는 수입과 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커피숍의 경우에는 커피 한 잔을 추가로 판매함에 따라 벌어들이는 수입이 한계수입에 해당하며,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비용이 한계비용이라 할 수 있다.

만약 한계비용이 한계수입보다 작으면 이는 경제 행위를 한 단위 추가적으로 수행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 수입에 비해 더 적다는 사실을 의미하므로, 경제 행위를 추가적으로 수행할 때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의 차이만큼 이윤을 획득할 수 있다. 반면 한계비용이 한계수입보다 클 경우에는 경제 행위를 추가적으로 수행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보다 비용이 더 크므로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의 차액만큼 이윤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한계수입과 한계비용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경제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 이윤 극대화 ‘MR=MC’

백화점에 옷가게를 열 예정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은 매장 면적을 어느 정도 규모로 가게를 열어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역시 한계비용과 한계수입이 같아지는 수준에서 매장 면적을 결정하는 것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법이 된다. 가게 매장 면적을 1㎡ 늘릴 경우 매장이 그만큼 넓어져 더 많은 손님이 방문, 수입이 늘어나게 되지만 매장을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 비용 또한 발생한다. 합리적인 가게 주인이라면 가게 매장을 1㎡ 늘리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인 한계비용과 가게 매장을 1㎡ 늘려 기대되는 수입의 증가, 즉 한계수입을 비교해야 할 것이다. 매장 면적을 1㎡ 늘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이로 인해 기대되는 수입의 증가가 더 적을 경우에는 매장을 더 이상 확장하면 안 된다. 반대로 매장 면적을 늘리는 데 발생하는 비용에 비해 이로 인해 기대되는 수입이 더 크다면 가게 주인은 매장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기업 현장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 반드시 이해해야 할 것이 기술 부분이다. 기술 개발에 투여할 비용 수준을 결정해야 하며, 개발된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추가로 투여하는 비용과 이로 인해 얻는 수익을 비교해 비용보다 수익이 높을 경우에는 자금을 추가로 투여하고 반대로 수익보다 비용이 높을 경우에는 추가적인 자금 집행을 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한계적 개념은 기?개발의 적정 수준을 결정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뿐만 아니라 한계적 개념은 특정 제품에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을 어느 정도까지 투여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근거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회사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최고의 기술들을 전부 제품에 투여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할 경우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들이 보유한 기술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활용해야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역시 활용되는 개념 또한 한계비용과 한계수입 개념과 무관하지 않다.

핵심기술은 기업평가 기준

기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비단 회사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금융회사들이 신생기업 내지 중소기업이 보유한 기술만 보고 자금을 대출해주는 경우가 많다. 담보 없이 기술만 보고 대출해줌으로써 기술력 있는 기업에 성장 발판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금융회사 역시 특정 기술에 추가적으로 자금을 지원했을 때 드는 비용과 수익을 고려해 추가 대출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 역시 한계적인 개념을 활용한 판단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일찍부터 기술이 중요한 생산요소이자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주목해 다양한 기술 평가 방식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기술금융제도가 발달해왔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기술에 대한 적정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당 기업에 자금 제공 규모를 결정하는 기초 근거를 제공해주는 직업이 부상하고 있다. 다름 아닌 ‘기술신용평가사’다.

기술신용평가사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권리·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들의 기술력을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금융회사에 제공하게 된다. 기술평가사의 세부적인 역할로는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 특허 침해로 인한 피해 규모 측정, 인수합병(M&A) 시 기업가치 평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에 대한 컨설팅 업무를 주로 수행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신용평가사들이 작성한 기술 관련 정보들은 마치 은행이 우리 개인들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개인의 대출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듯 기업의 자금 대출 규모를 결정하는 데 쓰인다. 기술신용평가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기업·기술가치평가사가 있다. 2000년 초에는 기술가치평가사로 알려진 이 전문 분야는 대표적 무형자산인 기술의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해주고 있다.

고도의 전문성 요하는 직업

최근에는 기술 기반 회사들이 더욱 증가하고 중요시되면서 이들 회사에 대한 적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신용정보회사와 회계법인에서도 기술평가를 위한 업무를 수행하려는 움직임이 증가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회계사 내지 감정평가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조차 기술 분야를 평가할 수 있는 전문 역량을 갖추기 위해 추가적인 학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것은 기술에 대한 평가가 특정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의 경우에는 기술 관련 분야에 대한 학위 내지 자격증을 보유했다고 해서 바로 관련 분야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10년 정도의 관련 분야 실무 경력?요구하고 있을 만큼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술을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기술신용평가사들은 각종 금융회사, 컨설팅회사, 신용평가회사, M&A사 및 벤처캐피털 등에서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의 전문가를 꿈꾸는 이들이 기술평가사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계수입(marginal revenue)

재화 한 단위를 추가로 판매함으로써 발생하는 총수입의 변화분을 말한다. 총수입은 가격과 판매량을 곱한 값이고 한계수입은 판매된 상품의 개수 변화가 1일 때 총수입 변화량이다.

■한계비용(marginal cost)

생산량을 한 단위 더 증가시킬 때 발생하는 총비용의 증가분을 말한다. 총비용 변화량을 생산량 변화량으로 나눠 구한다.

박정호 < KDI 전문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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