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기준금리를 1.50%로 내리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증유의 초저금리가 주택 매매 증가에 따른 자금수요와 맞물려서다.
내 집 장만 수요자로선 호기를 맞았다. 하지만 양적 완화를 끝낸 미국이 이르면 9월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할 채비를 서두르면서 호기가 얼마나 길어질지는 의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가계신용(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금액) 잔액은 사상 최대인 1099조3000억원이다. 그간 가계대출 급증세에 비춰 이미 1100조원을 돌파한 게 확실시된다.
실제 한은의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통계를 보면 4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상호금융 등)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한 달 새 1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은 처음이다.
대출종류별 증액분은 주택담보대출이 8조원으로 증가액 대부분을 차지했고 취급기관별로는 은행대출이 8조7000억원으로 증가액의 90%에 육박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 기준금리 인하로 가계 빚 증가세는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가계 빚이 늘어난다고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도 가계부채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본다.
연소득 4∼5분위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빚이 가계 光ㅐ?70%를 차지하는데다, 금융자산은 물론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까지 합치면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 이상이어서 담보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은 증가 속도가 빠르고, 늘어나는 만큼 잠재 위험이 커진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 이후 가계신용 증가액은 60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빨리 늘었다.
당장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된 게 부담이다.
고용지표가 호조를 띠며 '나홀로' 경기 회복세가 두드러진 미국이 금리 정상화를 시작하는 시기로는 현재로선 9월이 유력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 정상화 속도를 천천히 하더라도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상 흐름에 언젠가는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국내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28%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가계부채 중에 약 700조∼800조원은 기준금리 인상기에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0.25%포인트만 올려도 이자 부담이 연간 2조원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특히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가계는 금리 인상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하다.
이자 부담은 경기 회복이 더디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까지 겹친 상황에서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여 민간소비를 움츠러들게 할 수도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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