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 기초교육이 흔들린다"…스트롱코리아 포럼의 고언

입력 2015-06-10 20:38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경제신문 공동주최로 어제 열린 ‘스트롱코리아 창조포럼’은 과학 기초교육의 붕괴를 걱정하는 자리였다. 특히 2018년 문·이과 통합교육이 시행되면 과학과목 기피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심각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은 “지난 10년간 공대 졸업생의 역량이 심각하게 떨어졌다”며 회사가 신입사원들에게 미국 명문대학의 물리학, 전자공학 등 온라인 강의를 의무적으로 듣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우일 서울대 부총장은 “공대 수시모집 면접에서 우수한 학생이 학교에 담당교사가 없어서 물리의 기초용어인 벡터(v)를 모른다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며 “이 상태에서 문·이과 통합교육이 시행돼 수학, 과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두렵다”고 지적했다. 박영아 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에서 입상한 고3 학생이 대회준비에 필요한 중금속이 학교 실험실에 없어 자비 200만원을 들여 샀다는 사연을 전했고, 정진곤 한양대 교수는 “한정된 교육예산이 무상급식 등에 투입되면서 특별활동과 과학실험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그런데도 정부의 오도된 교육정책은 사교육 부담 경감을 명분으로 학습량 감축에 치중하고 있다. 정부는 2009년 학습량을 20% 줄이고 선택과목을 100개 가까이 늘렸지만 또다시 학습량 추가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일본은 2007년부터 수업 시간을 10% 늘리는 등 ‘교육재생’으로 전환했다”며 지금부터라도 선이수제(AP) 온라인공개강좌(MOOC)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SW(소프트웨어) 없는 과학기술은 없는데 일선 학교에서 SW교육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며 “SW교육 없이는 20년 뒤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습량 감축, 사교육 경감 등 오도된 교육목표가 과학기술경쟁력을 추락시킬 것이라는 두려움이 확인된 포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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