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벌기 나선 그리스 "5일 만기 3억330만유로 등 이달말 한꺼번에 갚겠다"

입력 2015-06-05 21:13
IMF부채 상환 연기


[ 김은정 기자 ] 그리스가 5일 만기가 돌아온 국제통화기금(IMF) 부채의 상환을 연기했다. 대신 이달 중 네 차례에 걸쳐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이달 말에 한꺼번에 갚겠다고 IMF에 통보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그리스를 포기할 수 없도록 하면서 시간을 벌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사진)의 전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그리스 정부가 5일 3억330만유로(약 3780억원)를 상환하는 대신 이달 중 만기 도래하는 부채를 통합해 오는 30일 상환할 계획이라고 알려 왔다”고 밝혔다. IMF는 그리스의 통보를 받아들였다. 그리스는 이달 중 약 16억유로를 IMF에 갚아야 한다.

그리스의 이 같은 조치는 연금과 공공부문 개혁을 요구하는 국제채권단과 이 같은 요구를 반대하는 집권 시리자(급진좌파연합) 사이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많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리스가 3억유로 정도는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부채 상환을 연기했다”며 “구제금융 잔여 집행분 72억유로를 두고 IMF 등 국제채권단과의 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치프라스 총리가 고도의 정치게임을 벌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IMF 규정에 따르면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는 상황에 따라 부채를 분할 상환하지 않고 일괄 상환해도 된다. 지금까지 이 규정이 적용된 사례는 1980년대 중반 잠비아를 제외하곤 한 번도 없다. 경제 상황이 악화된 국가가 거액의 부채를 한꺼번에 갚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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