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수출 한국'] "일본 업체, 엔화 약세 힘입어 저가공세…저유가로 러시아·중동서 주문 급감"

입력 2015-06-01 20:38
'이중고' 수출중기 비명

인천·울산 업체 직격탄
신규 투자 엄두 못내고
고용 유지하기도 벅차


[ 김낙훈 / 김인완 / 최성국 / 하인식 기자 ]
수도권 인쇄업체 S사는 연간 100만달러 규모의 고급 인쇄물을 일본과 러시아 등에 수출해 왔다. 하지만 올 들어 이 지역으로의 수출이 완전히 끊겼다. 일본 기업들은 엔화 약세로 자국에서 인쇄물을 조달하는 게 더 저렴해졌고, 러시아에선 유가 하락으로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기업들의 고급 인쇄물 주문이 중단됐다. 엔저와 강달러(신흥국 통화 약세), 저유가 등의 여파로 수출이 급감하면서 중소기업들은 고용 감축을 검토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중국에 ‘샌드위치’

엔화 약세는 세계시장에서 일본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산업의 수출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이 대표적인 예다.

엔저 영향으로 울산 지역 50여개 자동차 부품 수출업체들은 미국과 유럽시장 수출에 초비상이 걸렸다. 울산시 북구 매곡공단에서 자동차 내장재를 생산하는 A사 김모 사장은 “일본 부품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미국 수출길이 막히고 있다”고 전했다. 엔진 부품을 만드는 B사의 이모 이사는 “일본 기업들이 엔저 덕에 쌓은 수익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제품 품질을 대폭 향상하거나 신상품을 내놓으면 장기적으로 버텨낼 업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인천 지역도 상황이 비슷하다. 올해 1분기(1~3월) 인천 지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이 28% 급감했고 철강(-8.5%), 기계(-9.4%) 등도 수출이 줄었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공단인 남동인더스파크의 5월 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포인트 떨어진 74.3%로 집계됐다. 이 지역 자동차부품 업체인 C사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 업체들도 최근 기술 수준을 많이 따라와서 한국 부품업체들이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해외 15개국에서 정보기술(IT) 제품을 판매하는 H사는 달러화 강세로 브라질 등 신흥국 수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수익성 악화 수준이 아니라 계약 취소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게 H사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 달러로 100달러인 제품 가격을 헤알화로 환산하면 올 들어 1.5배 뛰었기 때문에 현지 기업들이 주문을 아예 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 부진으로 고용 감축 검토”

저유가로 인해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서 수출이 타격을 입고 있다.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기계업체 D사는 지난해 신제품을 개발한 데 이어 수출을 위해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했지만 수출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주요시장인 중국과 중동에서 발주가 예상만큼 나오지 않고 있어서다. 이 회사의 L사장은 “유가 하락으로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플랜트 기자재뿐 아니라 공장·주택 건설 경기까지 침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성남 중원구의 휴대용 방송·보안장비 수출업체인 K사는 올해 수출이 20%가량 줄었다. 이 업체 S대표는 “주요 수출 지역인 중동지역의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 시장을 빼앗기고 있다”며 “4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이 추세라면 현재 고용 인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유가 여파는 대기업들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전남 여수석유화학단지의 여천NCC는 지난달 중순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010년부터 매년 영업이익이 줄어들다가 지난해 4분기엔 영업손실까지 봐 외부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 여천NCC 관계자는 “올 들어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동 국가들이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을 증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유가와 제품 가격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산업 부진이 협력업체에 이어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으로 이어지면서 ‘불황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수산단 중흥지구 연관산단은 공장용지가 부족하다는 업체들의 요구에 따라 4차 분양에 들어갔지만 지난해 일본 스미토모케미컬사가 입주한 이후 추가 입주가 없는 상태다.

김낙훈/김인완/최성국/하인식 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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