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정 국회법' 거부권 행사냐, 위헌심판 청구냐 '고심'

입력 2015-05-31 21:10
"정권 명운 걸려" 강경론 우세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경우
국회서 재의결하면 더 큰 부담
憲訴 제기, 시간 많이 걸려 고민

朴대통령, 1일 입장 표명
한달여 만에 비서관회의 주재
거부권 행사 언급여부 관심


[ 정종태 기자 ]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청와대가 고심 중이다. 개정안이 처리된 지난 29일 “위헌 소지가 크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포함해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따져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국회에서 의결된 국회법 개정안은 오는 6, 7일께 정부로 넘어올 예정이며, 헌법에 따라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넘어온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에 다시 넘길 수 있다.

따라서 청와대로선 3주간 고민할 시간 여유가 있다.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선 ‘강경론’이 우세하다. 국회법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주요 국정 과제가 송두리째 무력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하자마자 곧바로 “문제가 되는 시행령을 대대적으로 찾아 손보겠다”고 나선 데 대해 격앙된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은 결국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추진하려는 경제활성화 및 구조개혁 정책을 문제로 삼고 나설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 정부의 개혁과제는 모두 좌초될 수밖에 없어 정권의 명운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때문에 청와대 일각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여러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정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부담되는 요인이 만만치 않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가장 큰 부담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거절된 경우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재의결에 붙여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그대로 법률로서 확정된다.

이번에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298명)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 처리됐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카드를 쓸 경우 오히려 정치적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또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순간, 여권 지도부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나빠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일각에선 이 때문에 청와대가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황 후보자의 청문회 통과 이후로 시점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청구(권한쟁의심판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고려 대상에서는 후순위로 밀려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年㎱?정해지지 않았다”며 “여론이 도와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개정 국회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자료를 만드는 등 여론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1일 오전 한 달여 만에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에 대해 언급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