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G4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명 '명량'으로 정한 이유는

입력 2015-05-25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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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윤선 기자 ] 김세돈 LG디스플레이 수석연구원은 작년 8월 LG전자에서 갖고 온 G4용 디스플레이 요청 사양을 보고 눈앞이 깜깜해졌다. 크기는 G3와 같으면서도 명암비는 50%, 색재현율은 30% 높이고 전력 사용량은 20% 줄이라는 요청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판 위에 터치 센서를 붙이는 게 아니라 기판 안에 내장해 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이렇게 하면 화면이 더 깨끗하게 보이고, LCD(액정표시장치) 기판이 깨져도 터치 기능이 작동한다. 다만 기술개발만 해놨을 뿐 한 번도 양산한 적이 없는 어려운 숙제라는 게 골칫거리였다. 게다가 G3와 달리 G4(사진)는 커브드(휘어진)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했다.

여기엔 G4를 통해 휴대폰 명가 부활을 노리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8개월 정도였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를 악물었다. 프로젝트를 담당할 팀 이름부터 ‘명량’이라고 지었다.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00척의 왜선을 침몰시킨 명량해전에서 따왔다. 지금은 전세가 불리하지만 뛰어난 디스플레이로 확실한 역전을 일궈내겠다는 의지였다. 조직도 단순히 ‘팀’이 아니라 ‘TDR’이라고 부르기로 杉? TDR은 ‘모두 부수고 다시 만든다(tear down and redesign)’는 뜻이다.

야심차게 ‘명량TDR’을 출범시켰지만 과정은 쉽지 않았다. 기판 안에 터치 기능을 집어넣는 과정에서는 예상대로 수많은 오류가 발생했다. 게다가 기초적인 연구개발이 끝난 뒤 모든 테스트는 중국 옌타이 공장에서 해야 했다. TDR 팀원들은 옌타이에서 계속 머물렀고, 김 수석도 1주일에 한 번꼴로 중국과 한국을 오가야 했다.

8개월 고생 끝에 명량TDR은 LG전자에서 요구한 사양을 정확히 맞춰냈다. 김 수석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솔직히 못할 줄 았았다’며 TDR을 격려했을 때가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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