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은행의 '모뉴엘' 책임공방, 소송전 간다

입력 2015-05-20 21:03
무보 '모뉴엘 보험금' 지급 거절

무역보험공사 "은행이 주의 의무 소홀"
vs 은행 "7차례 해외 현장방문도 했다면서…"

무보 보험금 지급 거절에 은행들 반발…소송 3년이상 장기화될 듯


[ 김재후 / 이태명 / 박신영 기자 ]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넘게 끌고 있는 모뉴엘 수출채권 위조사건에 대한 한국무역보험공사와 6개 은행 간 책임 공방이 법정으로 넘어가게 됐다.

무역보험이의신청협의회는 모뉴엘의 수출채권을 갖고 있는 은행들의 보험금 지급 요청에 대해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 19일 밤 각 은행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이미 한 차례 이의신청을 받은 뒤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 절차는 없다. 이번 통보가 마지막인 것이다. 해당 은행들은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 준비를 시작했다.

정부 관계자는 “서로 입장이 평행선인 데다 향후 책임을 둘러싸고 감사원의 감사도 예상되기 때문에 소송을 3심까지 끌고갈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 3년이 지난 뒤에야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무역보험공사에 요구한 보험금 지급 규모는 3억1480만달러(약 3490억원)다.

무보 “은행들 핵심 대출서류 누락”

로봇청소기 홈시어터PC 등 가전제품을 수출하던 모뉴엘은 수출 채권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끌어쓰다 자금을 결제하지 못해 지난해 10월20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모뉴엘은 12월9일 수원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 결정을 받았다.

무역보험공사는 이 과정에서 수출채권을 매입해 대출해준 은행들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6명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이의신청협의회는 최종 심의에서 “무역보험공사의 면책 처분에 상당한 근거가 있어 이의신청을 전부 기각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역보험공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수출채권을 매입하면서 상당한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이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이의신청협의회에서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핵심 대출 서류가 누락됐거나 비정상적으로 처리돼 약정상 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는 정상적인 대출거래로 볼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은행 “무보 보증서로 대출 못할 판”

해당 은행들은 무역보험공사로부터 19일 최종 통보를 받자마자 소송전에 즉각 들어갔다. 수출채권은 기업은행이 8440만달러로 가장 많고 외환은행(8040만달러) 농협은행(5190만달러) 국민은행(4720만달러) 산업은행(4090만달러) 수협은행(1000만달러) 순이다.

은행 관계자는 “이의신청을 하기 전과 최종 결과가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럴 거면 이의신청을 왜 받는지 모르겠다”며 “법률 대리인과 소송 쳄?날짜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담당자도 “무역보험공사가 모뉴엘 대출과 관련해 일곱 차례나 해외 수입업자 현장방문을 했다는데 그렇다면 무역보험공사는 왜 사기대출인지 못 밝혔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6개 은행의 공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소송을 준비 중인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면책이나 특약 조건이 달라 일단 단독으로라도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다른 은행과 공조할 부분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해 1000억원가량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 놓은 상태다.

은행들은 앞으로 무역보험공사 보증서를 담보로 한 대출을 거부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출에 앞서 회사 서류를 일일이 다 확인해야 한다면 무역보험공사의 보험증권이 왜 필요하냐”며 “앞으로는 무역보험공사의 보증서를 믿고 대출해주면 안 된다는 얘기”라고 푸념했다.

김재후/이태명/박신영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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