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방문한 광주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혁신하겠다"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야권의 심장'인 호남에서 몸을 낮추고 쇄신을 약속한 것이다.
당 안팎에서는 이번 5·18 광주방문이 내홍의 수습과 확산을 가를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친노-비노간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어 '쇄신카드'가 제대로 먹혀들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 대표는 이날 일 5·18 기념행사 참석 전부터 빗 속에서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민주묘역을 참배하며 고개를 숙였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재보선때보다 무섭게 민심을 만났다. 저부터 시작해 당, 지도부, 국회의원 모두 기득권을 내려놓고 치열하게 혁신하겠다"면서 "내년 총선에서는 오늘의 쓴약이 새정치에게 좋은 약이 됐다는 말을 듣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초계파 혁신기구'의 인선과 구성을 이번주 안으로 마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다시한번 믿어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전날 전야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부 시민들은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을 향해 "새누리당 2중대는 (참배하러) 올라가지 말라", "이 모양이니까 욕을 먹는 것 아니냐"고 하는 등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시민들 ?5·18 기념행사가 열린 민주묘지 앞에서 '친노패권에 기생하는 호남정치인은 각성하라', '문제로다 문제로다 문재인이 문제로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문재인은 사퇴하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문 대표는 입술을 다문 채 굳은 표정으로 이들을 지나쳤다. 광주·전남 의원단도 심상치않은 호남 민심을 의식, 이날 오찬회동을 열어 논의사항을 문 대표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서는 문 대표가 '기득권 포기'를 전면에 내세워 광주에서 '회초리'를 맞은 만큼 이후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건다면 당내 분열이 조만간 수습되리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최근 비노진영이 문 대표를 겨냥해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고, 이에 문 대표가 '지분 나눠먹기 요구'라며 사실상의 역공을 하면서 양측의 상처가 점점 벌어지고 있어 좀처럼 화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친노(친노무현)그룹으로 분류되는 김경협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비노진영을 겨냥해 "공천권은 당원과 국민들께 돌려드리고 있는데, 이를 계파간 나눠먹기로 해야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혁신해야 할 구태정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혁신기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혁신은 해야 하지만 기구 구성은 꼼수다' 라고 얘기한다면 어떻게 하자는 얘기냐"라면서 "문 대표 압박용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반면 비노진영 인사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YTN라디오에서 "소위 '문재인 문건'에서 비노 측 요구를 공천 나눠먹기로 비난하더니, 이제는 혁신기구를 통해 나눠먹기를 하자는 것 아닌가"라며 "문 대표의 인식이 지나치게 권력투쟁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상임고문은 "특히 안방인 호남·광주 유권자들은 더는 이런 상태로 야당을 놔두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대로 유야무야 가면 신당 창당 같은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노진영에서는 문 대표가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서도 "시간벌기용", "물타기용" 등의 평가를 내놓으며 쇄신의지 자체에 물음표를 보내고 있다.
갈등이 격해지면서 상처 봉합과 단결이 우선이라며 화해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SBS라디오에서 "무능보다 더 무서운 것이 분열"이라며 "잠시 절제와 휴전을 하자"고 제안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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