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보다 더 어렵다" 청와대 '총리 인선 스트레스'

입력 2015-05-15 20:58
총리 공백 한달…후보군도 안보인다

총리 인선 감감무소식
청와대 인사위원회 1차 검증…법조·교육계 원로인사 등 물망
朴대통령 '수첩인사' 버린지 오래…개혁의지·추진력 최우선 꼽아
적임자 못찾고 시간 쫓기면 정치인 출신 재기용 가능성도
"야권 포함 후보군 넓혀야" 지적도


[ 정종태 기자 ]
국무총리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가 사의를 밝힌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 기간이던 지난달 21일이고, 그때부터 청와대가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고 보면 거의 4주가 되도록 인선이 감감무소식이다.

예전 같으면 물망에 오른 후보군을 놓고 벌써 하마평이 무성했을 텐데, 이번엔 조용하다. 여권 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조차 “아직 들리는 얘기가 없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도 “대통령께서 고심하고 계시지 않겠느냐”거나 “인사위원회에서 분주히 작업하고 있을 것”이란 원론적인 말 외에는 속시원히 답변을 못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인사위원회(위원장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서 1차 검증을 거친 후보자 명단을 3, 4배수로 압축해 최근 박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어느때보다 엄격한 검증”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1차 검증 대상으로 정치인은 일단 제외됐으며, 법조와 교육계, 전직 관료 출신 원로급 인사가 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 검증 과정은 과거 어느 때보다 깐깐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상당수 인사가 이런저런 문제로 검증 기준에 걸려 탈락했고, 별다른 문제가 없는 몇몇 후보는 의사 타진 과정에서 고사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까지 포함해 벌써 네 명이 ‘도덕성’ 문제로 하차해 갈수록 ‘국민의 눈높이’는 높아지는 반면 여기에 부합하는 인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총리에게 요구되는 청문회 잣대가 너무 엄격해 교황 선출보다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위원회에서 올린 명단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올린 명단 가운데 낙점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인물을 추가해 다시 검증 지시를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인사위원회에서 세 명의 후보를 올렸는데, 박 대통령이 모두 ‘퇴짜’를 놨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도 돌아다닌다.

◆“청문회 무서워 손사래”

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과거 본인 수첩에 직접 기록해둔 인물을 많이 기용했다. 하지만 한 측근은 “수첩에 의존한 인사를 버린 지 꽤 오래됐다”고 했다. 정확히는 작년 중반 개각을 전후로 이른바 ‘수첩 인사’는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대신 후보자 추천은 인사위원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후임 총리 조건과 관련, 박 대통령은 여전히 개혁 의지와 추진력을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이완구 전 총리가 취임 후 대통령과 수시로 교감을 나누며 정치·사회개혁을 밀어붙이지 않았느냐”며 “박 대통령의 만족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박 대통령으로선 집권 3년차 개혁과제를 앞장서 밀어붙일 수 있는 ‘제2의 이완구’ 찾기에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인선이 하염없이 미뤄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과연 적임자가 있느냐다. 여권 관계자는 “결국 적임자를 못 찾고 시간에 쫓기게 되면 청문회 통과가 상대적으로 쉬운 정치인 출신 총리를 재기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 총리 후보로는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한구·이주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이 거론된다.

야권 인사를 포함해 후보군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세간에 거론됐던 야권 인사를 검증하고 의사를 타진했으나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포기했다”고 전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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