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터 켜는 연기금…다시 불붙는 KT&G

입력 2015-05-12 20:56
담뱃값 인상에 떠났던 흡연자가 돌아왔다

1월 저점보다 26% 상승…주가 10만원 넘봐
실적 예상 밖 선전·배당 매력에 연기금 매수
'백수오 사태' 반사이익…정관장 이익개선 기대


[ 송형석 기자 ] 올해 초 8만원을 밑돌던 KT&G 주가가 9만6000원 선까지 육박했다. 가격 인상을 계기로 담배를 끊었던 흡연자들이 하나둘씩 되돌아오고 있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가짜 백수오’ 사태의 반사이익도 얻고 있다. 건강식품 소비자들이 홍삼으로 옮겨올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삼 업계 1위로 ‘정관장’ 브랜드를 갖고 있는 한국인삼공사는 비상장사로 KT&G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금연열풍 시들해지자 주가 반등

12일 KT&G 주가는 9만5800원에 마감했다. 단기 저점이었던 지난 1월19일 7만6000원과 비교하면 26.05% 뛴 것이다. 지난해 7월 기록했던 1년 최고가(10만4500원)와의 격차도 1만원 이내로 좁힌 상태다. 상승흐름을 탄 것은 지난 3월부터다. 2월까지 이어졌던 금연열풍이 식고 있는 분위기에 힘입어 매일 조금씩 주가가 올랐다. 3월13일엔 8만원을 회복했고, 지난달 2일엔 9만원 선을 돌파했다.

담배 수요의 회복세는 수치로 드러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KT&G의 4월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은 58%로 1월보다 4%포인트 높아졌다. 가격 인상 시점을 늦췄던 수입 담배들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으면서 생긴 일이다. 담배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난 1월 KT&G의 담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6%에 불과했다. 하지만 4월 들어서는 전년 동기 대비 70% 이상 팔리는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배 수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며 “담뱃갑에 넣겠다는 경고 그림 수위가 ‘혐오감을 주지 않는 수준’으로 결정됐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1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회사의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2872억원보다 1500억원가량 많은 4285억원에 달했다. 유통 단계에 있던 재고를 인상된 가격에 팔면서 2000억원 안팎의 이익이 생겼다는 점을 감안해도, ‘예상 밖의 선전’이란 게 시장의 중평이다.

◆국민연금도 배당매력에 주목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매출은 다소 줄어들 수 있지만 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이익의 척도가 되는 평균 판매 단가가 껑충 뛰었다. KT&G가 유통업체에 넘기는 판매 단가가 지난해보다 13%가량 높아졌다는 게 증권사의 설명이다. 지난해 면세점을 통한 담배 판매가 늘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면세점은 판매관리비가 덜 드는 유통채널로 편의점에 비해 판매 단가가 40%가량 높다.

기준금리 인하로 배당주 몸값이 뛰고 있다는 점도 KT&G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조금만 주가가 떨어져도 배당을 노린 장기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나타난다. 지난 한 달 동안 이 종목을 가장 많이 사들인 투자자는 배당을 중시하는 장기투자자 국민연금(647억원 순매수)이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시가배당률은 4.47%(주당 3400원 배당)였다.

회사 측에선 국내 매출 부진을 해외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선우 KT&G IR부장은 “담뱃값 인상 이후 국내 수요흐름을 섣불리 점치긴 힘들지만 해외 매출은 10% 이상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5330억원으로 전체 담배 매출의 5분의 1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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