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이 사양길에 접어든 가운데 특히 태블릿의 원조격인 애플의 아이패드 판매량이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태블릿 시장의 위기가 현실화한 것으로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발표한 '글로벌 태블릿 OS 시장 점유율' 예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태블릿 판매량은 5180만대로 작년 1분기(5670만대)보다 9% 감소했다.
분기 기준 태블릿 판매량 감소 비율(전년 동기 대비)이 10%에 육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줄기는 했지만 약 3%에 그쳤고, 작년 한 해 총 판매량은 미세하나마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부터 글로벌 태블릿 판매량의 역성장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그동안 제기돼 온 이른바 '태블릿 위기론'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2010년부터 형성된 태블릿 시장은 불과 5년도 지나지 않아 사양길에 접어들게 된 셈이다.
주된 이유로는 5.5인치에서 7인치에 이르는 대화면 스마트폰 '패블릿'(스마트폰+태블릿의 합성어)의 등장이 꼽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4(5.7인치)나 애플의 아이폰6플러스(5.5인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패블릿처럼 얇고 가벼워진 노트북(울트라북)은 물론 '울트라 모바일'이라 불리는 소형 PC의 등장 역시 태블릿 수요를 빼앗고 있는 데다 교체 주기가 스마트폰보다 짧은 것도 애초에 시장 자체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없는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 SA 예비보고서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애플의 아이패드만 유독 판매량이 곤두박질 쳤다는 것이다.
SA는 애플 운영체제인 iOS 기반 태블릿(아이패드)의 올 1분기 판매량이 1260만대라고 추산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1640만대)보다 23%나 떨어진 수치다.
전체 태블릿 시장의 역성장을 아이패드가 주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반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 태블릿 판매량은 357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아이패드의 추락은 지난해 말부터 가시화됐다.
2014년 4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은 2142만대로 전년 동기(2604만대)보다 약 18% 줄었다.
애플은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아이패드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매출이 3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밝혀 판매량 급감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아이패드의 부진을 애플의 '자업자득'으로 풀이한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6플러스'의 잠식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폰6플러스는 아이폰6(4.7인치)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공전의 히트를 치며 애플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겨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이패드의 잠재적 수요자마저 잡아먹은 결과를 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에 대화면을 채택한 애플의 전략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앞으로도 아이폰6+를 잇는 패블릿 출시는 계속될 것"이라면서 "따라서 아이패드를 어떻게 독자적 모델로 진화시키느냐를 놓고 애플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산업경제팀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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