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 안한 아베…시험대 오른 한국 외교

입력 2015-04-30 20:50
전문가 "미·일 신동맹 시대 4강 외교전략 다시 짜야"
당정,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서


[ 전예진 기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을 계기로 한국의 대일 외교 전략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교묘히 피해가면서 미국과 급격히 밀착하지만 한국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외신들은 아베 총리가 미국 의회 연설에서 직접적으로 사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의 행동을 사죄할 의향이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며 “오는 8월 아베 담화에서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역대 내각의 사죄를 희석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은 식민지배 및 침략의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참혹한 인권유린 사실을 직시하는 가운데 올바른 역사인식을 갖고 주변국과의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에 기대는 한국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외교 전략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일본, 중국은 국익에 따라 민첩하게 이합집산을 하지만 한국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내 한국 외교관들은 백악관과 미 의회를 상대로 아베 총리가 직접 사죄를 표명해 달라고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전략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결론적으로 일본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들은 미·일 신(新)동맹 시대를 맞아 한·미·일 관계를 다시 설정하고 대일, 대미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는 “한·일 관계는 과거의 해결책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이전과 다른 일본에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달라졌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를 시험하는 단계를 거쳐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은 1일 외교안보대책회의를 열어 대책을 조율할 예정이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일본과) 올해 중으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과거사와 안보 문제를 구별해 다루면서 한·일 관계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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