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토크 파티

입력 2015-04-27 20:3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로마 시내의 팔라티노 언덕과 카피톨리노 언덕 사이에 넓은 평지가 있다. 원래 습지였는데 바닥을 메웠다. 이곳에서는 옛날부터 공공집회가 자주 열렸다. 시민들이 모여 자유롭게 연설하고 토론하는 이 광장의 이름은 포룸 로마눔(Forum Romanum)이었다. 오늘날의 포럼(forum)이 여기에서 유래했다.

공중토론의 한 형식인 심포지엄(symposium)도 비슷하다. 그리스어로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을 뜻하는 심포시아(symposia)와 향연을 의미하는 심포시온(symposion)에서 심포지엄이 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학술 토론회나 특정 테마를 놓고 여러 명이 견해를 밝히는 방식인데, 모두 지식과 문화를 매개로 하는 고품격 모임이다. 유럽의 살롱과 카페 문화도 이런 대화의 연장선에서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당대 지식과 교양의 향연은 여러 모임에서 꽃을 피웠다. 다산 정약용이 15명의 동인과 함께한 ‘죽란시사(竹欄詩社)’는 1년에 일곱 차례 정기 모임을 가졌다. 살구꽃이 필 때, 복숭아꽃이 필 때, 참외가 익을 때, 서늘한 바람이 불어 서쪽 못에 연꽃이 필 때, 국화가 필 때, 겨울에 큰 눈이 올 때마다 모두 모였다니 참 낭만적이다.

현대에 와서도 이런 弔湛?형태를 달리하면서 면면히 이어진다. 미디어 발달에 따라 방송에서 진행하는 토크 쇼와 토크 콘서트도 등장했다. 보통 어떤 화제에 대해 학식이 풍부하거나 견문이 넓은 사람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최근엔 취업난 시대의 신풍속도를 반영한 ‘승무원 채용 특강 토크 콘서트’까지 등장했다. 병무청장과 함께하는 ‘신나는 병무 토크 콘서트’도 흥미롭다. 삼성그룹 ‘열정락서’의 인기 또한 대단하다.

지난 주말 밤에 열린 ‘정규재tv 토크 파티’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주제와 봄밤의 정감있는 대화로 큰 주목을 받았다. 꽃바람이 살랑대는 야외정원에서 파독 간호사의 체험담과 한국 경제의 성장사를 듣는 사람들의 눈빛은 특별히 반짝였다. 동토의 땅에서 탈출한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과 지구촌 자전거 여행가, 먼 도시에서 온 20대 커플, 해외 교포 등의 표정도 각별했다. 공항에서 곧바로 달려온 참가자까지 있었다.

SNS 후기도 재미있다. “처음엔 아들과 둘이 참석했다가 이번엔 남편과 셋이 왔습니다. 남편 눈치 슬쩍 보면서 물어보니 아주 좋았다고 하네요.” “동아리 친구 7명이 같이 왔는데 젊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서 놀랐습니다.” “여름 꽃밭에서도 또 해요.”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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