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남미까지 나가는 한국 의료, 언제까지 묶어둘 건가

입력 2015-04-26 20:32
한국 의료산업이 브라질 칠레 페루 콜롬비아 등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페루에는 원격의료 서비스도 수출할 것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4개국 순방외교가 계기가 됐다. 정치권과 직역단체들의 ‘의료민영화 반대’ 구호에 막혀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는 답답한 국내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중남미 국가들은 IT와 결합한 한국 의료 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브라질에서는 한양대의료원과 상파울루대학병원이 IT·헬스 분야 공동연구 협력합의서를 체결했고, 칠레에선 1억달러 규모의 병원정보시스템 현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넒은 영토에 주거 지역이 곳곳에 산재한 중남미 국가들은 원격의료 서비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페루 카예타노헤레디아병원에 원격의료 기술을 수출하게 된 가천길병원의 사례가 특히 고무적이다. 페루식 원격의료 서비스 모델이 완성되면 중남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다. 중남미 보건·의료 시장은 600조원이 넘고 이 중 원격의료 시장은 12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보건·의료 부문에선 서비스와 기술이 IT 중심으로 결합되는 추세여서 ‘헬스케어 한류’ 수출은 가능성이 높다. 이미 중동에서도 분당서울대병원이 사우디아라비아 6개 병원에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스마트병원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의료 서비스 확대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그렇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규제와 기득권 집단의 반발 때문에 의료 분야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의사들의 반발과 여야의 입장 차이로 2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1990년에 시작된 원격진료는 논의 25년 만인 작년에야 겨우 1차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경우 야당은 보건·의료 분야는 다룰 생각도 않고 있다. 의료법인 자회사도, 제주도 등에 설치하자는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설립도, 의료 연구개발 관련 법규도 민영화에 빌미가 될 수 있다며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한국 의료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중남미 국가들에 보여줄 수 있는 실제 서비스가 하나도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규제를 언제까지 계속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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