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KT ENS 루마니아 태양광 미스테리] (2) KT ENS, 농협증권에 매입확약도 안받았다

입력 2015-04-16 17:02
투자 기간 10~20년짜리 사업에 3개월짜리 CP로 자금 조달
전문가, 언제고 터졌을 '시한폭탄'
농협증권은 '무위험'으로 3% 수익 거둬


이 기사는 04월13일(15:26)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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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ENS같은 IT시스템 구축 회사들이 태양광 발전 사업에 손을 댈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자본 시장에 남아도는 유동성 덕분이다. 은행 대출이 안되도 기업어음(CP) 시장에서 1000억원 안팎의 자금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1%의 수익률을 더 올릴 수 있다면 선뜻 돈을 맡길 은행, 증권사 고객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10~20년 운용해야 이자와 원금을 갚을 수 있는 발전소 건설에 3~6개월짜리 단기 자금을 끌어쓰는 '이상한' 상품은 이렇게 해서 등장했다.

◆유동성 넘치는 국내 자본 시장
KT ENS가 루마니아 태양광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 등을 위해 발행한 ABCP(자산담보부 기업어음)는 1857억원이다. 이 중 1177억원은 5개 금융玲?1개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으로 판매됐다. 680억원은 주관사인 NH농협증권이 기관투자자에 직접 판매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ABCP를 발행한 주체는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을 주관하는 시행사고, KT ENS는 시공사로서 지급보증을 섰다. SPC가 채무를 갚을 능력이 안 될 때 KT ENS가 대신 갚아준다는 식으로 신용 보강을 해 준 것이다. ABCP의 만기가 6개월 미만이라 초단기라는 단점은 KT그룹 계열사로 흑자 경영을 하고 있는 KT ENS의 신용도에 가려졌다.

주관사인 NH농협증권은 '7%에 떼와 3%에 팔았다'. 다시 말해 KT ENS에 7%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 주고, 판매는 3%에 했다. ‘롤 오버(만기 연장)’를 계속할 수 있다는 계산이 이 구조를 가능케 했다. HN농협증권과 이를 판매하는 시중은행들은 언제든 CP를 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차례 만기 연장을 하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HN농협증권은 금리 차 4% 중에서 3% 가량을 챙겼다"고 말했다.

KT ENS는 ABCP로 모든 돈으로 루마니아 현지에서 건설사들을 모아 발전소를 짓고, 적당한 운영업체를 찾아 운영과 관리를 맡기면 그만이었다. 법원 주도로 구성한 루마니아 실사팀에 따르면 KT ENS의 이익률은 10%를 훌쩍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KT ENS는 은행의 장기 대출이 아닌 CP라는 초단기 자금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지으려 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형 증권사 PF 담당 임원은 “동유럽 태양광 시장의 불확실성에다 KT ENS의 업력이 짧기 때문에 시중 은행들이 대출을 하길 꺼렸을 것”이라며 “은행들은 고금리를 요구했을 텐데 KT ENS 입장에선 그렇게 할 경?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CP 발행으로 눈을 돌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농협과 KT ENS의 '밀월'
문제없이 굴러갈 것만 같은 KT ENS와 HN농협증권의 ‘합작품’은 대출 사기라는 뜻하지 않은 변수를 만나면서 붕괴됐다. KT ENS가 시중 은행들을 상대로 3100억원대의 대출 사기를 벌였다는 혐의에 휘말리면서 은행들은 KT ENS와의 거래를 전면 의심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PF도 예외는 아니었다. CP ‘롤 오버’가 안되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2월12일 채권자들은 원리금 454억원을 대신 갚으라고 KT ENS에 요구했다. 여기까진 해결할 수 있었지만 3월4일 491억원에 대한 채무 인수를 다시 요구하자, KT ENS는 손을 들고 말았다. 3월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냈다. 작년 한 해 223억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542억원의 이익잉여금을 갖고 있는 KT ENS가 ‘흑자 도산’을 낸 배경이다.

흥미로운 점은 법정관리 신청으로까지 이어진 과정에서 NH농협증권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원 루마니아 실사팀 관계자는 "NH농협증권이 매입확약 의무를 KT ENS와 맺고 있지 않았다"고 전했다. CP 판매에 실패할 경우 주관사인 증권사가 책임져야 하는데 이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KT ENS가 '독박'을 뒤집어 쓴 배경이다.

◆리스크 관리 등한시 한 태양광 투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KT ENS 사례에만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효성도 작년 초 루마니아 리바다 타운(Livada Town), 사투마레 카운티(Satu Mare County)지역에 16MW 규모 1기와 20MW급 2기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면서 ABCP 발행에 신용 보강을 해줬다.
전자단기사채 도입 이전이라 ABCP 만기는 18개월로 비교적 장기다. NH농협증권이 KT ENS처럼 발행주관사를 맡았고, 지급 보증액은 1369억원이다. 농협증권은 루마니아 외에도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 전역의 태양광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계획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012년부터 해외 신재상 사업과 관련된 ABCP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IT서비스 회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를 밑도는 등 새로운 사업 발굴을 위해 너도나도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며 "겉으론 IT서비스 회사들이 EPC(설계 조달 시공을 총괄하는 기업)로 나서고는 있지만 태양광 전문 업체들에 비해 리스크 관리 면에선 부족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CP 시장이 신고가 필요없고, 단기로 운영되는 전단채 중심으로 바뀌면서 CP 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가는 지 스크린이 안된다”며 “신재생에너지 분야 비전문 기업들이 국내 자본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리스크 관리도 안되는 해외에 투자하는 것은 시한 폭탄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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