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주 243% ↑…월가, 다시 불거진 '거품 논쟁'

입력 2015-04-14 21:09
"2000년과 다르다" VS "거품 또 터진다"

바이오 기술, 획기적인 발전
고령화로 의료소비 계속 늘어…FDA 신약승인 속도 빨라져

바이오주 주가수익비율 32배…나스닥 평균 21배 훨씬 웃돌아
"경쟁 신약 출현 등 감안해야"


[ 임근호 기자 ] 미국 주요 500대 기업의 주가를 반영하는 S&P500지수는 지난 5년 동안 71.89% 올랐다. 올해 2월엔 2100선을 넘었다. 하지만 바이오주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거래소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NYSE 아카 바이오지수’는 같은 기간 242.82% 올랐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 포함된 ‘나스닥 100 테크지수’의 90.44%보다도 상승률이 높다. 앞으로 증시 거품이 터진다면 정보기술(IT)주가 아니라 바이오주가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간세포·유전자 이해 깊어져”

바이오주는 2000년에 한 번 크게 거품이 끼었다 터진 적이 있다. 인간 유전체(게놈)를 해독하는 열풍이 불었을 때다. 당시 유전자 맞춤형 치료제가 곧 나올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실제로 제품화한 것은 거의 없었다.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설득력 있게 나온다. 바이오 기업 라나세라퓨틱스의 론 르노드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일간 파이내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여년간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며 “인간 세포와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졌고, 빅데이터와 결합해 방대한 데이터도 싸고 빠르게 분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바이오주에 우호적인 요건은 이외에도 많다. 인구 고령화로 세계 의료 소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화이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전통 제약사는 웃돈을 주고라도 바이오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있다. 기존 약의 특허 만료는 다가오지만 신약 개발이 더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의약 분야의 M&A 규모는 2013년 1737억달러에서 지난해 3795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해 44개 신약이 FDA 승인을 통과했는데 최근 18년 사이 가장 많은 숫자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 반영”

신중론자들은 2000년대와 상황이 다른 것은 맞지만 그래도 지금의 바이오주 주가는 너무 높다고 말한다. 투자회사 에버코어의 마크 숀바움 애널리스트는 “어떤 기업가치 평가 방법으로도 지금의 바이오주 주가는 정당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나스닥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주가를 올해 예상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32배로 나스닥 평균인 21배를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낙관岵?기대가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말한다. 우선 신약 실패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주요 제약사의 경우 신약 개발의 97%가 동물 대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임상에선 95%, 두 번째 임상에선 88%가 실패한다.

경쟁 신약의 등장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세포치료제 회사 덴드리온은 전립선암 치료제 프로벤지를 2010년 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했다. 하지만 너무 높은 가격과 경쟁 신약의 출현으로 매출이 부진했다. 결국 파산에 이르렀고 한때 주당 54달러까지 갔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포빌리서치그룹의 애밋 로이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주 투자자들이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성공에 고취돼 있지만 모든 바이오 기업이 성공할 것이라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현재 미국 증시에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5년 만에 시가총액이 413억달러에서 1509억달러로 불어났다. 2013년 FDA 승인을 받고 판매에 들어간 C형 간염 치료제 소발디가 연매출 10조원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 됐기 때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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