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안보범죄 대응, FIU 적용 확대해야

입력 2015-04-10 20:31
"배후에 언제나 돈이 흐르는 테러
국가 안보·안전 관련 사항이라면
비정상 금융흐름 파악할 수 있어야"

윤선희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hyun@hanyang.ac.kr >


지난달 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사건 이후 테러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국가라고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테러청정국가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테러에 대한 국민적 경계심도 낮은 편이었다. 그러나 테러의 의미를 인명 살상이나 건물 파괴 같은 인적·물적인 것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회적 공포를 일으키는 일체의 행위로 이해한다면 한국은 오래전부터 테러의 피해를 입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미 많은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금융회사가 사이버 테러의 피해를 받은 바 있으며, 그런 테러의 시도는 일상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에 대한 사이버 테러는 금융거래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거래 안전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회사나 기업에 대한 사이버 테러는 대부분 금전적 목적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것으로 보이는 테러 행위도 그 배후에는 언제나 돈이 흐른다. 肩?점에서 돈의 흐름을 파악하면 테러의 징후를 미리 알고, 대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국가는 국가 안위를 위해 금융거래 정보를 활용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경우 국가 정보기관이 금융거래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관련 정보를 공유해 테러 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은 국가 안위가 위협을 받는 경우에도 국가 정보기관이 금융거래 정보에 접근하는 게 제한돼 있다. 간첩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공작자금의 거래내역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 보니, 국제적 테러 행위에 대처하기 위한 국가 간 금융정보 공유에서도 소외된다. 국제적인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한국에서 자금세탁을 한다고 해도, 법률적으로 이를 파악하고 막을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로 금융거래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률은 적용 범위가 매우 좁다. 외국환거래 등의 금융거래를 이용한 자금세탁행위 등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해당 정보도 검찰총장이나 국세청장, 관세청장 등에 한해 제공된다. 이런 한계 때문에 스파이 혐의가 의심되는 외국 비정부기구(NGO) 임원의 수사에서도 활동 자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어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영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될 때는 다른 법률에 비밀보장 규정이 있더라도 해당 금융거래 정보를 정보기관에 제공토록 하고 있다. 한국은 설령 간첩 활동과 관련한 이상 자금거래의 흐름을 금융회사가 파악하더라도, 해당 정보를 국가에 보고할 의무도 없다. 개인정보를 유출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정부기관에 대한 보고가 위법이 될 여지도 있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정금융정보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형법의 ‘내란의 죄’, ‘외환의 죄’, 군사기밀보호법이나 국가보안법 등 국가의 안보와 관련한 사항이나 국가안전과 관련한 사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테러 위협이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한국은 더 이상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특히 정보기술(IT)이 발달한 한국에서 사이버 공간을 이용한 테러 행위는 미래가 아닌 현재의 문제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테러 행위의 배후에 흐르는 자금을 파악해 예비하고 대응하는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

윤선희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hyun@hany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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