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교수들 "檢수사와 별도로 '자정노력' 해야"

입력 2015-04-06 11:20
[ 김봉구 기자 ] 박범훈 전 총장의 특혜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중앙대 교수들이 목소리를 냈다. 교수들은 성명에서 “두산 재단 인수 후 쌓아온 성과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해 학내 조사기구를 만들어 자정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중앙대 교수협의회(교협)와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6일 공동성명을 내고 “비리 관련 책임자들은 모두 사퇴하고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협과 비대위는 “검찰 수사 대상인 책임자들은 적극 수사에 협조해 제시된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책임자에 대해선 반드시 응분의 엄중한 문책이 따라야 한다”며 “학내에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해 관련 당사자를 배제하고 위법 혐의가 있는 모든 내용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그래야 중앙대에 대한 사회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새 재단이 들어온 이후 지난 7년여간 쌓아온 성과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의사결정구조 경직화 등 학교 운영의 전반적 문제가 최근 논란이 된 학사구조 개편까지 이어지는 등 악순환을 키웠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교수들은 “가장 큰 문제는 학교 운영에서 총장 이하 학교 본부 책임자들이 오로지 재단 눈치만 보도록 행정 체계가 바뀐 것”이라며 “학교 발전계획에서도 구조조정 방향에서도 학내 주요 구성원은 대부분 배제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 수사 대상이 된 본·분교 통합 건만 해도 사실 하남이나 검단으로의 캠퍼스 이전 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캠퍼스 이전 계획이 무산되면서 본·분교 통합은 서울캠퍼스 과밀화로 이어졌다”라며 “과밀화 해결을 위해 건축사업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건축자금이 부족해져 외부 차입이 급속히 늘어났다. 부채 규모가 너무 커지자 교육부 지원금이라도 받기 위해 제대로 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학과제 틀까지 무너뜨리려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교협과 비대위는 또 “이번 사태가 벌어진 지 열흘이 되도록 해명도 사과도 없고, 난국을 헤쳐 갈 어떠한 책임 있는 행동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총장과 본부 보직교수들은 더 이상 중앙대를 운영할 능력도 권한도 없다. 책임지고 전원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재단도 모든 문제를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아래로부터의 쓴 소리에 귀를 닫은 결과 지금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데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며 “학내 구성원의 자율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행정체제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서 검찰은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을 지낸 박 전 총장이 중앙대 본·분교 통합 과정에서 교육부에 부적절한 압력을 행사하는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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