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장악한 8000억 팝콘시장…국산팝콘 외로운 도전

입력 2015-04-06 07:01
인터뷰 - 이종언 청성 대표


[ 강창동 기자 ] 영화관이나 호프집에서 간식 또는 안주로 먹는 팝콘은 100% 외국산이다. 원료가 유전자변형작물(GMO)로 의심받는 미국산 옥수수이기 때문이다. 8000억원(농촌진흥청 추산)에 달하는 팝콘 시장에는 국산 제품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이 시장에 ‘K팝콘’이란 국산 제품이 나타나 외국산의 대항마로 외로운 도전에 나섰다.

K팝콘을 만드는 업체는 (주)청성이란 농업회사법인으로 2000년 설립돼 지난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잡곡유통업체다. 이종언 청성 대표(50·사진)는 “농촌진흥청이 2012년 팝콘용 옥수수의 종자 개발을 완성해 부산 기장군, 강원 영월군 등 전국 7곳에서 3.5t을 생산했는데, 팝콘 상품화에 성공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곳은 청성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국산 종자개발에는 성공했지만 국산 팝콘 판매가 부진해 팝콘용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도 점차 사라지고 청성이 계약 재배하는 부산 기장군과 안동 와룡면 지역만 남았다. 결국 판로가 확대되지 않는 한 국산 팝콘이 자취를 감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회사가 유일하게 판매장소를 확보한 곳은 롯데몰 동부산점의 향토특산물관 매장 한 군데뿐이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편의점이나 슈퍼체인들을 찾아가 상담하면 ‘국산을 찾는 소비자들이 없는 마당에 가격이 500원 비싼 국산 팝콘을 팔 이유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 팝콘이 건강 측면에서 외국산을 능가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국산은 정부 기관이 종자를 개발한 웰빙 잡곡인 반면 외국산은 GMO 논란을 비켜갈 수 없는 데다 기름으로 튀겨 지방이 잔뜩 함유돼 있다는 주장이다. K팝콘은 옥수수를 튀길 때 기름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에어프라이기로 가열된 250도 이상 고온의 열풍이 옥수수를 부풀리는 방식이다. 따라서 외국산과 비교해 지방이 80% 이상 줄어들고 열량이 적으며 고소한 식감이 난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국산의 단점은 가격경쟁력이다. 청성이 농가로부터 사들이는 옥수수 수매가격은 ㎏당 5000원이다. 하지만 외국산 팝콘 제조업자들이 원료를 사들이는 가격은 ㎏당 80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옥수수 원료 40g이 들어가는 팝콘 한 봉지 소매가격은 외국산이 1000원, 국산은 1500원이다.

이 대표는 “국산 팝콘이 대량 소비된다면 구매 단가도 낮아지므로 외국산 제품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유통업체들이 국산 팝콘 판매에 나서준다면 소비자들은 외국산과 똑같은 가격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