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판을 깨고 나왔다. 한국노총은 지난 3일 소위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며 조건부 불참 방침을 밝혔다. 말이 조건부 불참이지 사실상 빠지겠다는 얘기다. 한국노총이 철회를 요구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 등 5개 사항은 정부나 경영계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아니 노동개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표자회의는 결렬 수순을 밟을 것이 유력하다.
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동개혁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개혁의 대상인 기득권 노조가 개혁의 주체가 돼 한발짝도 물러서지 못하겠다는데 그 어떤 개혁이 가능하겠나. 노조 조직률이 10%를 겨우 넘기는 상황에서 대표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철밥통 노조’와의 협상은 처음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설사 대타협을 이룬다 해도 모양새만 갖추기 위한 총론적 선언적 수준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합의라는 틀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독일의 하르츠개혁,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 등을 모범사례 삼아 노사정위원회가 노동개혁 대타협을 시도했지만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었다. 이번 노·사·정 협상이나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적 대화를 통한 개혁을 이뤄낼 역량이 너무 부족하다. 지루한 협상은 노동개혁에 대한 의구심만 높여놨다. 개혁 성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던 실업자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약자들은 이번에도 텅 빈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개혁은 더 미루기 어렵다. 무엇보다 비정규직과 고용 유연성, 정년연장, 통상임금 등의 문제는 저성장 국면에 본격 접어든 우리 경제가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정년연장만 법제화해 놓고 임금피크제 같은 뒤처리는 나몰라라 하는 정치권에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게 본질적인 문제다. 노사의 극적 합의가 거의 불가능하다면 정부라도 적극 나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처럼 아무도 고양이 목에 방울은 달지 않겠다는 식이라면 이번에도 노동개혁은 물 건너갈 게 뻔하다.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그림의떡' 안심전환대출 포기자들, 주택 아파트담보대출 금리 비교로 '반색'
[특집_가계부채줄이기] 안심전환대출 '무용지물'…아파트담보대출 금리비교 '돌파구'
[스타워즈 왕중왕전] 참가자 평균 누적수익률 20%돌파! 역대 최고기록 갱신중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