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골' 깊어진 韓·日, 통화스와프 종료

입력 2015-02-16 22:48
韓, 외환보유액 3636억달러
외환위기 때보다 18배 늘어

양국 "연장 필요성 못 느껴"
금융시장 영향 크지 않을 듯


[ 임원기/김유미 기자 ]
한국과 일본 간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1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이 오는 23일 만기와 함께 종료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6일 한은과 일본은행이 체결한 통화 스와프 계약이 예정대로 23일 만료된다고 발표했다. 통화 스와프란 외환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나 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한·일 양국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때 상대국 통화를 100억달러까지 바꿔주도록 했다. 양국 간 통화 스와프는 2012년 10월 700억달러로 늘어났다가 과거사와 독도 문제를 둘러싼 외교적인 갈등 속에 계속 줄어들었다.

◆피차 ‘아쉬울 게 없다’

2012년 이후 계속되는 양국의 외교적 갈등이 14년 가까이 이어진 통화 스와프 계약 종료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요청이 없는 한 연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일본 측이 먼저 흘렸다. 한국 정부도 크게 아쉬울 게 없는 현 상황에서 ‘고개 汰訣?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게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통화 스와프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10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한국에서 인출해 간 것이 외환위기를 촉발한 결정타가 됐기에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과 2001년 7월 처음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었다. 20억달러 규모로 시작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1년 10월에는 700억달러까지 확대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얼마 전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일본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에 냉담했다는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뒤 일본으로 달려갔지만 일본은 냉담했다”고 썼다.

하지만 2012년 8월15일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통화 스와프 규모도 점차 축소됐다. 그해 10월 만기가 도래한 57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데 이어 2013년 7월에도 만기를 맞은 30억달러가 그대로 중단됐다.

◆향후 논의 재개 가능성

양국 간 통화 스와프 중단이 당장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외환위기 당시 204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2014년 3636억달러로 18배 불어났다. 경상수지도 1997년 103억달러 적자였지만 지난해에는 900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또 한국은 중국과 64조원, 아시아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의 다자간 통화 스와프 384억달러 등 다양한 채널로 통화 스와프를 구축해 놓고 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통화 스와프는 한·중 통화 스와프와 달리 실제 사용된 사례가 없었다”며 “한국의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미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올린다면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경설 기재부 지역금융과장은 “오는 5월23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통화 스와프 논의를 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세종=임원기/김유미 기자 wonk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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