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오릭스, LG실트론 지분 49% 인수 ‘9부 능선’ 넘었다

입력 2015-02-16 09:36
일본 본사가 별도 법인 세워 직접 인수,"장기 투자한다"
보고펀드 등 주식담보대출 떠 안는 방식
3년치 대출 이자 미리 맡겨
신에츠 등 일본 웨이퍼 업체외 제휴 추진할 듯


이 기사는 02월13일(10: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일본계 금융그룹인 오릭스가 LG실트론 지분 49%를 인수에 '9부 능선'을 넘었다. 보고펀드 등이 실트론 지분을 인수할 때 우리은행 등에 빌린 돈을 대신 갚아주기로 하고,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실트론 지분을 넘겨받기로 했다.

◆주식담보대출을 인수
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등 보고펀드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단은 오릭스와 채무 관계 조정 등에 관한 계약을 맺기로 했다. 채권은행이 보고펀드로부터 담보로 잡은 실트론 지분 29.4%를 소유하는 대신 2200억원의 채무를 대신 지겠다는 내용이다. 오릭스는 대출 원금 중 15~20%를 갚고 일본 본사가 이자에 대한 지급 보증을 서기로 했다.

보고펀드는 작년 7월 대출금 이자를 갚지 못해 실트론 지분 인수용 특수목적법인(SPC)이 ‘디폴트’를 선언한 터라 이번 거래에선 배제됐다.

실트론 지분 49% 가운데 나머지 19.6%를 보유한 KTB PE도 오릭스와 조만간 MOU(양해각서)를 맺기로 합의했다. KTB는 보고펀드와 달리 연체 이자 46억원을 변제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놨다. 하지만 1년 연장 후에도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판단, 오릭스에 채무와 19.6%에 대한 권리를 넘기기로 했다. NH농협은행 등 KTB PE에 대출해 준 은행들 역시 3년치 이자에 대한 지급 보증을 받는 조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는 대출 원금 3600억원에 대한 3년치 이자(5%로 가정시 540억원)만으로 실트론 지분 49%를 손에 쥐는 셈이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보고펀드와 KTB PE가 2007년 실트론 지분을 살 때 지불한 돈이 707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헐값으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채권 은행 입장에서도 약속된 이자를 보장받고, 대출 원금을 떼일 일도 없기 때문에 양쪽 모두 이득을 보는 거래”라고 설명했다.

◆오릭스 "우린 전략적 투자자"
실트론 최대 주주(51%)인 (주)LG는 당초 2대 주주가 보고펀드 등에서 오릭스로 바뀌는 것에 대해 ‘관여할 바가 아니고, IPO(기업공개) 약속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한 주주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오릭스가 단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실트론의 장기 가능성에 ‘베팅’한 전략적 투자자(SI)로 들어온다는 沽?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트론의 주요 사업은 반도체 기초재료인 실리콘 웨이퍼(규소박판) 제조다. 반도체 웨이퍼 산업은 일본 신에츠, 섬코 등 상위 2개 업체가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형적인 과점 시장”(LG실트론 3분기 보고서)으로 “엔저 탓에 LG실트론 등 3~5위 업체들은 일본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면에서 크게 뒤떨어져 있는 상황”(한국기업평가)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오릭스가 LG실트론 2대주주로서 일본 상위 업체들과 연합 전선을 펴는 방안을 LG그룹에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LG로선 단기간에 투자금 회수만 바라던 보고펀드 등 기존 주주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오릭스를 좀 더 우호적으로 바라볼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는 2007년 당시 동부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49%가 사모펀드(PEF)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인텔과의 제휴를 허공에 날려 버린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스카이레이크 회장이 인텔을 전략적 파트너로 끌고 와 지분 49%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하지만 보고펀드 등이 훨씬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바람에 LG와 인텔의 제휴는 무산됐다.

한편, 보고펀드는 IPO 지연 등을 이유로 (주)LG에 제기한 소송을 철회하기로 채권은행단에 서면을 제출했다. 이로써 양측의 맞소송전도 조만간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무료접수중] 2015 한경 중국주식 투자전략 대강연회 (여의도_3.5)
[알림] 슈퍼개미 가입하고 스타워즈 왕중왕전 함께하기
[언론사최초] 중국 증권사 애널리스트 특별초청! 중국 주식투자 강연회 무료접수!!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