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세부담 5조 늘었다] "법인세율 3%P 올리면 세수 1.2조 감소"

입력 2015-02-08 21:32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

법인세율 1%P 낮추면
稅납부 4.2~4.9% 늘어
세수 좌우하는 건 景氣


[ 이태명 기자 ]
지난해 야당은 현행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3~7%포인트 인상하는 입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고세율 부과구간을 현행 ‘과세표준 200억원 이상’에서 ‘500억원 또는 1000억원 이상’ 구간으로 높이고, 세율도 25%나 30%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낮춘 법인세율을 정상화해 세수를 확보하자는 게 야당 입법안의 취지다.

그런데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는 늘어날까.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낙연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입법안(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구간 신설, 25% 세율 적용)이 2015년부터 시행된다고 가정할 때, 2015~2019년 5년간 연평균 4조6300억원의 법인세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런 추정의 근거는 빈약하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매년 기업소득이 경제성장률과 같은 폭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가정하고, 세금 증가에 따른 기업 투자 감소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8일 펴낸 ‘법인세수 변화의 원인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율과 법인세수는 반대로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한경연이 1998년부터 2012년까지 비금융 상장사들의 법인세 납부세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고세율을 1%포인트 낮추면 법인세 납부액이 평균 4.2~4.9% 늘었다. 특히 대기업은 법인세율을 1%포인트 낮출 때 납부세금이 5~5.9% 증가했다.

황상현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세율을 낮추면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늘어 결과적으로 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결과에서 법인세율 인상이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면 비금융상장사(2012년 기준)의 법인세 납부액이 1조2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금이 늘어나면 그만큼 이듬해 투자와 연구개발에 쓸 돈이 모자라게 되고, 투자 감소는 중장기적으로 이익 축소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경연은 법인세수에 영향을 끼치는 건 세율이 아니라 ‘경기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 전후인 2007년과 2009년 상황을 들었다. 2007년 대비 2009년 법인세 납부액은 3.3% 줄었는데, 이는 법인세율 인하보다 경제성장률이 5.5%(2007년)에서 0.7%(2009년)로 급락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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