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靑 긴급회의] 국정난맥 비판 쏟아지자…정책조정회의만 7개로 늘린 정부·靑

입력 2015-02-01 20:46
수정 2015-02-02 03:44
정책조정 회의체 2개 신설

당과 협의 포함땐 모두 9개
경제장관회의·당정청회의 빼면 대부분 유명무실한 상황
"정책실행 속도만 더뎌질 것" 옥상옥 우려 목소리 터져나와


[ 정종태 / 도병욱 기자 ]
일요일인 1일 오전 10시. 내각과 청와대 핵심 참모진이 정부서울청사 9층에 모여 긴급 회의를 열었다. 안건은 ‘정책 조정시스템 강화 방안’. 당초 예정에 없던 회의로 참석자들한테는 하루 전날 갑자기 통보됐다. 내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외교·안보 라인을 제외한 모든 장관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서도 민정 외교수석을 제외한 정책라인 수석이 전원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최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에다 지방세율 인상 번복,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 백지화 등 잇따른 정부 정책 실패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대책 마련을 위해 급조된 자리다. 1시간30분가량 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이 동시에 결과를 브리핑했다.

○상층부 조정협의체 2개 신설

회의 결과는 간단했다. 정책이 엇박微?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하고 조정하는 협의체를 만들자는 것이었다. 내각과 청와대 간 정책 협의 및 조정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조정협의회’와 청와대 내 정책점검 및 조정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점검회의’ 신설이 그것이다.

정책조정협의회는 중요한 국정과제를 발굴하거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사전에 문제를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정부 측에서 경제 및 사회부총리와 국무조정실장을 고정 멤버로 관계 장관이 참석하며, 청와대에선 정책조정수석과 홍보·경제수석을 상근 멤버로 관계 수석이 추가되는 형태다. 사실상 정(政)·청(靑) 간 최상위 협의체로 이슈가 생길 때마다 수시로 열린다.

청와대 정책점검회의는 주요 정책 추진 시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할 경우 수시로 열리며 정책라인 수석(정책조정·외교·경제·미래·고용복지·교육문화수석 등 6명)과 정무·홍보 수석이 참석한다. 회의 주재는 현정택 정책조정수석이 맡는다.


○회의체만 7개로 늘어나

이날 협의체가 2개 신설됨에 따라 정부와 청와대 내 정책조정을 위한 회의기구는 모두 7개로 늘어났다. 기존 협의체로는 △총리 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 △사회부총리 주재 사회관계장관회의 △국무조정실장 주재 현안조정점검회의(차관급) △총리-부총리 협의회 등이 있다. 여기에다 긴급 현안이 있을 때 소집되는 당·정·청 회의(고위급 회의와 실무급 회의)까지 더하면 정책조정협의체는 9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경제장관회의와 현안조정점검회의, 당·정·청 회의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유명무실하다. 지난해 사회부총리제가 신설됨에 따라 관계장관회의가 열리도록 돼있지만 아직까지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건보료 개편 백지화 방침도 사회부총리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됐다. 격주로 국무회의가 끝난 뒤 열도록 돼있는 총리와 부총리 협의회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들어 경제부총리제가 신설됨에 따라 매주 열리는 경제장관회의도 시간이 지날수록 정책의 사전조율 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돌출적인 주민세·자동차세 인상 발언도 경제장관회의에서 사전에 걸러지지 못했다.

○‘옥상옥(屋上屋)’ 우려

정부 관계자는 “회의가 많다고 조직이 잘된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정부 내 협의체를 더 만든다고 정책 조정이 더 잘 될지는 미지수”라며 “오히려 ‘옥상옥’을 만들어 정책 실행의 속도를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 정책위 한 의원은 “최근 정부 정책의 갈지자 행보는 조정기능 부재의 문제라기보다는 여론 눈치를 보며 원칙과 철학을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용기 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