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포츠에이전트 법제화 '속도' 높인다

입력 2015-01-20 07:01
수정 2015-01-20 09:46
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스포츠산업


[ 유정우 기자 ] 스타선수 몸값 협상 '마술사'
지난해 FIFA 이적시장서 에이전트 수수료 2549억원

한국 에이전트는 걸음마 수준
한국은 프로축구만 허용…제도 도입 13년째 겉돌아

국내 에이전트 '기지개' 켜나
스포츠산업 육성 맞물려…정부·업계, 제도화 공감대

스포츠 에이전트는 선수를 대신해 입단과 이적을 위한 협상과 계약을 대행하는 스포츠산업 분야의 대표적인 전문 직종 가운데 하나다. 일반적으로 소속 선수의 성적과 성장 가능성 등 각종 데이터를 분석, 팀과 구단을 상대로 선수의 몸값과 관련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게 주요 업무다. 대형 에이전트사의 경우 매니지먼트와 개인 후원 수주, 자금 컨설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소화한다.

각국 프로스포츠가 성장하고 스타 선수의 국가 간 이적이 빈번해 지면서 글로벌 시장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수들의 국가 간 이적으로 발생한 총금액이 42억3600만달러(약 4조575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이적 중계료 즉, 에이전트 수수료는 2억3600만달러(약 2549억27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에이전트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정도로 열악하다. 얼마나 열악한지는 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 리그 중 에이전트 제도를 허용하는 곳은 프로축구뿐이다.

프로야구의 경우 2001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권고를 받아들여 한국야구위원회(KBO) 내부규약 제30조에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규약 부칙에 명기한 ‘한국 프로야구의 여건 등을 고려해 시행한다’는 모호한 근거를 들어 13년째 제도 도입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김도균 경희대 교수는 “스포츠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라도 서비스 업체들이 커나갈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는 업계의 파이를 키우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스포츠가 산업화, 복잡화되면서 각 영역의 전문 인적 자원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프로스포츠 에이전트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정부도 지난해 발표한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안’을 토대로 산업적 선순환 생태계 조성하고 프로스포츠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핵심 과제로 에이전트 제도 도입과 활성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 등 정부와 유관 단체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제도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시행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선수 권익보호를 위한 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정착 포럼’은 선수들의 권익 보호는 물론 선수와 구단, 팀 등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자리였다. 최근 스포츠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 의지와 에이전트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를 반영하듯 정부와 관련 업계, 학계, 법조계에 이르기까지 300여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정부가 주도한 의견수렴의 장이었던 만큼 에이전트 법제화에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용욱 문체부 스포츠산업과 사무관은 “스포츠 에이전트는 리그와 선수의 가치를 높여주고 산업 전체의 비즈니스 확장성을 넓혀주는 촉매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선수와 구단, 협회 및 경기단체는 물론 법조계와 학계, 민간업계 등이 합리적 운영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정우 한경닷컴 기자 seeyou@hna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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