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여는 창조 아이콘, 스포츠산업
방문객들 "다녀와 남는게 없다"
첫해 15만명…예상 크게 밑돌아
비즈니스 마인드 접목 '급선무'
206개국 1억 태권도 인구 활용
한국 문화영토 넓히는 첨병돼야
[ 유정우 기자 ]
“일단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긴 했는데 뭘 팔겠다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대상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이석민 씨(45)는 지난해 도장 소속 아이들과 함께 전북 무주 태권도원을 방문했던 일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남은 게 없다”고 아쉬워했다.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이자 전라북도의 오랜 숙원 사업이던 무주 태권도원이 지난해 9월 공식 개원했다. 당초 지난 4월 개원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참사와 사회적 침체 분위기 등을 감안해 5개월여 미뤄지면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개원 첫해 방문객을 178만명, 2016년 이후엔 195만명 이상으로 예측하면서 이를 통한 생산유발효과와 고용유발효과가 각각 4809억원과 2874명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무주 태권도원을 다녀간 방문객은 15만명. 6개월 남짓한 운영과 세월호 참사의 여파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런 추세라면 2년 뒤부터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규모 이벤트와 대회 유치 등을 통해 관광객 숫자를 채운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팔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에 대한 인식 변화가 없다면 실질적인 경제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높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태권도원이 지향하는 테마파크형 수익모델(성인 4000원, 어린이 2000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봉 가천대 태권도학과 교수는 “돈을 지급한다는 것에는 콘텐츠에 대한 가치와 서비스 만족도가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의 프로그램 수준으로는 적자 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태권도진흥재단이 태권도계와 협력운영 체계를 만들어서 질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비즈니스 마인드 부족이다. 경기단체가 주축인 ‘태권도 판’에서 태권도의 산업적·경제적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경제 중심의 아이디어가 나올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황의룡 한길리서치 이사는 “태권도는 세계 206개국 약 1억명의 수련 인구를 자랑하는 세계인의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았다”며 “태권도원을 전 세계 206개국의 유통망이 확보된 한국형 비즈니스 콘텐츠의 전진기지라는 관점에서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영용 아이러브태권도운동본부 대표는 “봉사활동을 위해 해외 태권도장을 방문해 보면 현대자동차 승합차로 수련생을 실어 나르고, 삼성과 LG의 TV로 수련 동작을 시청하고, 신라면과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즐긴다”며 “수많은 한국 제품이 ‘종주국의 나라’라는 호감으로 브랜드 전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태권도계는 그동안 무도인 태권도를 경기화해서 이른 시일 내 세계에 알렸다. 이로써 일본의 가라데, 중국의 우슈를 극복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확보했다. 하지만 너무 경기 위주로 흐른 나머지 여러 가지 문제점도 안게 됐다. 경기 위주의 단선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 소통망을 구축하고 활용해 우리의 문화영토를 넓히는 첨병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문화와 디지털 영토를 확보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태권도계는 최근 거센 산업화 과제에 당면해 있다. 관심이 크다는 건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명성을 쌓는 데에는 20년이 걸리지만 명성을 망치는 것은 5분이면 충분하다”고 조언한다. 무예와 관광, 엔터테인먼트, 머천다이징(기념품) 등이 접목되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큰 인기를 구가하는 중국 소림사가 왜 MBA(경영학 석사)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를 주지로 앉혔는지 깊이 새겨봐야 할 때다.
유정우 한경닷컴 문화레저파트장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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