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정민 기자 ] 15일 해가 채 뜨지 않아 컴컴한 겨울 아침.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 앞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줄을 서 있었다. 2015 스타벅스 럭키백을 사기 위해서다. 어떤 제품이 들었는지 모를 박스를 사기 위해 올해도 스타벅스 매장 앞마다 소비자들이 장사진을 쳤다.
◆ 럭키백 인증숏 봇물…1500개 '완판'
이날 온라인커뮤니티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럭키백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인증숏'이 줄을 이었다. 4만9000원을 내고 받아든 예쁜 박스 안에는 비매품인 양의 해 머그와 함께 다양한 텀블러, 머그, 머들러, 코스터, 음료쿠폰 등이 담겨 있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이하 스타벅스)는 2007년부터 매년 럭키백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의 세 배에 달하는 1500개의 럭키백을 전국 매장 670여 곳에서 판매했다. 전체 물량의 3분의 1인 500개의 가방에는 음료쿠폰 7장과 10만원 어치 제품의 '특별한 행운'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매장따라 개점시간이 달라 차이가 있었지만 대다수 매장에선 문을 열자마자 럭키백 할당 물량이 완판됐다. 이에 스타벅스는 오전 10시 기준 대부분의 물량이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의 세 배의 물량을 준비했음을 감안하면 세시간 만에 7억3500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소비자들은 럭키백에 담긴 상품 뿐 아니라 재미를 샀다. 구성 제품 사진을 SNS에 올리고 함께 공유하는 '놀이'에 빠진 모습이다. 이에 스타벅스는 매년 2~3년 전 발매된 제품을 넣는다는 재고 소진 논란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완판 기록을 달성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해가 한국 진출 15주년이란 점에서 물량을 세 배인 1500개로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럭키백 소진 속도가 더 빠른 듯 하다"며 "올해는 처음으로 럭키백용 비매품인 청양머그를 특별 제작해 가격이 4만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000원 올랐다"고 설명했다.
◆ 럭키백 원조는 일본 복주머니 마케팅
이 같은 럭키백 마케팅의 원조는 일본이다. 일본 백화점이 새해를 맞아 재고 소진 차원에서 여러개의 제품을 복주머니(후쿠부쿠로)에 담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파는 마케팅 기법을 응용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각 유통업체와 개별 기업 차원에선 재고소진 뿐 아니라 화제를 낳는 효과가 있어 럭키백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지연(32세·가명)은 "럭키백에서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바꾸는 식"이라면서 "총 합계 금액이 훨씬 높은 '대박'인 경우는 드물지만 크게 손해보지 않았다는 느낌이어서 자주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정보의 과잉 속에서 어떤 상품을 살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햄릿 증후군'을 겪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럭키백 인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최근 일고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붐(boom)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이다. 화장품, 액세서리 등을 중심으로 일정 회비를 내면 매월 업체와 전문가가 고른 상품을 박스에 담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럭키백과 함께 인기를 끌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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