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Movie] 국가빈곤은 인종, 지리, 자원 탓이 아니다…사유재산 침해·경쟁없는 제도가 원인

입력 2015-01-09 18:34
수정 2015-01-09 18:35
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8)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이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앞의 얘기대로 빈곤과 번영으로 갈린 도시와 국가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3장에선 남북한이 직접 거론된다. ‘38선의 경제학’을 읽으면 왜 남북한의 밤하늘이 극명하게 갈렸는지를 알 수 있다. 4~13장은 이 책의 주장을 방대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문명발전사를 통해 입증한다.

이 책은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사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잘사는데 이집트 사람들은 가난하다. 한국인은 다이어트를 해야 할 만큼 잘 먹고 잘사는데 북한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많다. 아메리카 대륙이라고 해도 북아메리카에 있는 미국과 캐나다가 남미 국가들보다 훨씬 잘산다. 왜 그런가.

이 책은 정치 및 경제제도에 그 답이 있다고 명쾌하게 말해준다.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경쟁을 제한하는 정치·경제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고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정치·경제제도는 발전과 번영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에서는 누구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인과 동기를 갖지만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수탈하며 경쟁을 제한하는 제도에서는 이런 동기가 사라져 국가가 결국 실패하게 된다는 것이다.

노갈레스(Nogales)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걸쳐 있으며 담장으로 나눠져 있는 도시다. 북쪽은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고, 남쪽은 멕시코 소노라주의 노갈레스시다. 이 도시의 주민은 조상도 같고 문화도 다르지 않다. 애초에 노갈레스는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멕시코 땅이었지만 1853년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현재의 애리조나와 뉴멕시코 남서부를 사들이면서 국경이 만들어지고 둘로 갈라졌다.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주민의 연평균 소득이 3만달러에 이르지만 소노라주 노갈레스 주민의 연평균 소득은 그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의 노갈레스 주민은 전기, 전화, 상수도, 공중보건, 도로망 등이 잘 갖춰져 있고 법 질서가 잘 유지되는 환경에서 살지만 멕시코의 노갈레스 주민은 엉망인 도로망, 열악한 공중보건 환경, 높은 범죄율 등으로 불편하고 불안한 생활을 한다. 많은 멕시코인이 미국 국경을 필사적으로 넘으려 하는 이유다.

이것은 마치 한반도의 남북한을 연상시킨다. 이 엄청난 차이는 바로 제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주민들은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미국의 경제제도에서 살고, 소노라주 노갈레스 주민들은 사유재산권이 자주 침해당하는 멕시코의 경제제도 아래서 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들은 이런 제도적 차이가 발생하게 된 연유를 밝힌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남미에 도착했을 때 페루는 중앙집권화된 착취 국가였는데 정복자들이 곧바로 체제를 장악해 대규모 인구를 광산과 농장의 강제노동에 투입할 수 있었다.

반면 북아메리카에는 중앙집권화된 나라가 없었고, 북아메리카에 도착한 유럽인은 북아메리카 원주민과 협조해야만 생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남아메리카에서는 쉽게 착취적 제도가 확립되었고, 북아메리카에서는 착취적 정치 경제구조가 확립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예다. 이외에도 한국과 북한, 로마제국, 중세의 베네치아, 혁명기 영국과 프랑스, 옛 소련, 개방 이후의 중국, 아프리카 국가들 등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들어가며 국가의 번영과 쇠퇴의 생생한 이야기를 파노라마처럼 전개한다.

결론은 사유재산권을 존중하고 자유경쟁을 수용하는 제도를 갖춘 나라들은 번영을 이루며 잘살게 되고,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쇠퇴하며 가난해진다는 것이다.

이 책 이래서 권합니다 "정치인들 포퓰리즘에 젊은이들 휩쓸리지 않게 바른 방향으로 유도"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젊은이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요즈음 한국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 있고 성장동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경제성장의 둔화로 실업 증가, 중산층 감소, 소득 불평등, 가계부채 등의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이것은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발전과 번영을 가져다주는 제도와 자꾸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정부는 자유롭고 경쟁적인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정부가 경제에 깊숙이 개입하며 경쟁을 제한하고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조치들을 취해왔으며 세금을 늘리는 등 재산권을 침해하는 제도가 많이 들어섰다.

이런 제도들이 들어선 이유는 정치인의 포퓰리즘 때문이다. 그렇지만 포퓰리즘은 국민의 정서라는 자양분을 통해 자라난다. 국민이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기보다는 정부를 통해 자원을 배분받기를 원하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정치인은 표를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게 된다.

지금의 젊은이는 앞으로 우리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람들이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이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어야 정치인의 감언이설에 넘어가지 않고 정치인을 바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대한민국이 쇠퇴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재미있다.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 대한 많은 지식을 얻는 재미가 쏠쏠하다.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아 단숨에 읽을 수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과 같이 앞으로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므로 청소년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1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은 앞의 얘기대로 빈곤과 번영으로 갈린 도시와 국가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3장에선 남북한이 직접 거론된다.

‘38선의 경제학’을 읽으면 왜 남북한의 밤하늘이 극명하게 갈렸는지를 알 수 있다. 4~13장은 이 책의 주장을 방대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문명발전사를 통해 입증한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 교수 >

[한경+ 구독신청] [기사구매] [모바일앱]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