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거리의 화려한 불빛…디스커버리 베이의 푸른바다, 홍콩의 겨울은 여름보다 뜨겁다

입력 2014-12-22 07:01
홍콩의 겨울 100배 즐기기


[ 이금아 기자 ]
“이번에 가보면 저번과 또 다를 거야.”

두 번째로 홍콩에 간다고 하자 ‘여행 좀 해봤다’는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침사추이, 몽콕, 코즈웨이베이, 란콰이펑 등 유명한 곳이 아주 많은 홍콩이지만 크지 않은 곳에, 그것도 명소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에 또 간다고 해서 뭔가 새로운 게 있을까 싶었다. 의심을 가득 안고 홍콩에 도착한 순간,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홍콩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말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뒷골목 사이사이를 다녀보고야 알게 됐다.

동서양의 문화가 묘하게 조화를 이룬 홍콩은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람도, 볼거리도, 먹거리도 많고 화려하다. 한국 관광객이 지난 10월15일 기준 올 들어 100만명을 넘어섰고, 재방문율도 44%가량 늘어나는 등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홍콩. 그러나 많은 사람은 아직 잘 모르는 홍콩의 숨겨진 장소를 찾아 떠났다.

이젠 소호 말고 ‘포호’

홍콩에서 트렌드와 패션의 거리 하면 소호(SOHO)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요즘은 ‘포호(POHO)’가 새롭게 뜨고 있다. 서울 가로수길이 인기를 끌자 안쪽 골목인 세로수길이 발전한 형태와 비슷하다. 할리우드 거리(Hollywood Street)를 기준으로 남쪽(south)에 있다고 해서 소호, 북쪽(north)에 있다고 해서 노호로 불린다. 여기에 언덕 위쪽에 있는 포힝퐁(Po Hing Fong) 거리를 중심으로 한 포호는 주위에 ‘포’로 시작하는 작은 골목이 많다는 데서 유래했다.

포호가 있는 가파른 언덕 위로 가는 계단을 차근차근 올랐지만 이내 숨이 찼다. ‘저 끝에 과연 뭐가 있을까’ ‘여긴 왜 에스컬레이터가 없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좁디좁은 골목 중간중간 숨어 있는 숍들에 금세 눈길이 쏠렸다. 언덕 끝까지 오르자 독특하고 유니크한 상점이 모인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포호는 원래 인쇄소가 모인 거리였지만 지금은 한두 개만 남고 디자인과 관련한 상점들로 채워졌다. 홍콩 로컬 브랜드, 홍콩 디자이너 상품만 모아놓은 상점과 유럽 곳곳에서 수입해온 상품으로 채워진 멀티숍, 갤러리, 부티크, 팝업 스토어 등 젊은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예술적 감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조금 내려와 소호 쪽으로 걷다 보니 홍콩 신진 예술가들의 집합소이자 새로운 관광명소로 급부상하고 있는 PMQ(Police Married Quarters)가 나타났다. 홍콩 정부는 경찰관의 옛 숙소인 PMQ를 개조해 젊은 예술가들이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임대료를 싸게 지원해주고 있다. 미술품, 옷, 액세서리 등은 물론이고 전통 과자점, 현지 음식점 등 홍콩의 문화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바뀌었다. 110여개의 다양한 숍을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떠나는 발길이 아쉬운 이곳은 홍콩의 떠오르는 명소로 손색이 없다.

홍콩 속 유럽 ‘디스커버리 베이’

붐비는 홍콩 시내를 떠나 잠시 한숨을 돌리기 위해 란타우 섬의 디스커버리 베이로 떠났다. 홍콩의 휴양지로 리펄스 베이나 스탠리가 많이 알려져 아직은 생소한 곳이지만 디스커버리 베이 역시 외국인과 승무원 등이 많이 거주해 홍콩 속 유럽으로 불린다. 센트럴 피어 3번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5분 만에 디스커버리 베이에 도착했다. 순간 시원한 공기에 숨이 탁 트였다. 홍콩 정부가 친환경 마을로 조성해 외부 차량이 들어올 수 없다고 했다. 맑은 공기를 위해 자가용 대신 골프 카트를 타고 다니는 주민을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색다른 풍경이었다.

레스토랑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니 시간이 잠시 멈춘 듯했다. 외부에 개방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즐길거리가 많지 않지만,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해변에는 오베지(Auberge)호텔이 늠름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의 단 하나뿐인 호텔이다. 섬 전체가 마치 하나의 왕국 같은 디스커버리 베이에서는 사계절 내내 바다 수영을 즐길 수 있으나 12월부터 2월까지는 온도가 비교적 낮아 피하는 게 좋다.

홍콩의 밤, 홍콩의 크리스마스

홍콩 하면 역시 밤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의 매력은 어둑어둑해지고 거리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할 때 최고조에 달했다. 홍콩만의 향기를 내뿜던 낮 동안의 거리는 밤이 되면서 특유의 생기와 활력으로 채워지며 변신을 시작했다. 모두 거리로 쏟아져 나와 한데 어우러져 밤을 즐기기 시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치 파티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겨울을 맞은 홍콩의 밤은 더욱 더 반짝였다. 따뜻한 날씨 덕에 눈은 내리지 않지만 인공 눈과 전구, 불빛 등을 이용해 겨울 분위기를 내고 세계 그 어느 곳보다도 빨리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있었다. 홍콩의 야경을 책임지는 고층 빌딩의 크리스마스 장식도 일품이지만, 센트럴 만다린호텔 옆에 있는 트리 광장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반짝이는 보석으로 장식된 조형물의 화려함은 넋을 잃게 했다. 스와로브스키와 홍콩관광청이 합작해 만든 이곳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만 개방한다.

로맨틱한 겨울 축제가 한창인 홍콩에서는 지난 17일부터 내년 1월1일까지 형형색색의 3차원(3D) 레이저쇼가 마천루와 밤하늘을 수놓고 있다. 오후 8시30분부터 15분씩 하루에 네 번 침사추이 오픈 플라자에서 눈을 쉽게 뗄 수 없는 화려한 쇼가 펼쳐진다.

홍콩은 어제와 오늘이 다를 정도로 매일 매일이 새로웠다. 넘치는 매력을 다 느끼기엔 한번으론 역시 부족했다.

여행 정보

인천공항에서 홍콩으로 가는 항공편은 매일 25편, 1주일에 180여편이 있을 정도로 운항 횟수가 많다. 한국보다 한 시간 느리며, 날씨가 춥지 않아 어느 곳에도 난방 장치가 없다. 겨울에는 쌀쌀할 수 있으므로 따뜻한 옷을 챙겨가는 게 좋다. 비가 자주 내리므로 우산이나 우비는 필수다. 1홍콩달러(HKD)는 140원 정도.

홍콩=이금아 기자 shinebij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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