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업의 기업교체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소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인 이상 국내 제조업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진입률(창업해 2년간 존속한 기업이 전체 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 22.7%에서 2011년 15.3%로 7.4%포인트나 하락했다. 퇴출률은 1.8%포인트 떨어졌다. 존속 기업의 비중은 12.9%포인트 상승했다. 산업 내 경쟁이 치열하고 규제가 적을 때 활발하게 일어나는 게 신규 진입과 퇴출이다. 경제 활력과 역동성은 이런 기업의 활발한 교체에서 생긴다. 기업 혁신도 물론이다. 생산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는 구조가 바로 기업 생태계다.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진입과 퇴출이 모두 줄고 있는 것은 결코 반가운 현상이 아니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역동성이나 효율성이 사그라들고 명맥만 유지하는 부실기업이나 ‘좀비기업’만 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2010년 이후 전체기업 중 좀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기간에 2.6%포인트 늘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도 나왔던 터다. 진입에서 퇴출을 뺀 순기업 진입이 생산성 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이 기간에 평균 13%였다. 1990년대에 45~65%였음을 감안하면 격차가 너무 벌어진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중소기업들보다 평균 5.7%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다. 대기업의 시장 진입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거나 새로운 공장설립으로 인한 시장 진입 케이스다. 성장사다리가 끊어졌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결코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에 한정되는 각종 정책자금을 놓치지 않으려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기업이 많다는 것도 분명히 한 요인이다. 대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가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은 이미 한두 번 지적된 것도 아니다.
당연히 혁신도 고용도 줄어들고 있다. 규제와 특혜가 모두 철폐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우선 각종 규제부터 허물어내야 한다. 자원의 재배분도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아직도 경제민주화 법안을 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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